[비즈니스포스트] “넉 달 째 양평고속도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떠올리게 한다. 타진요가 뭔지는 (김민기 위원장이) 찾아보시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제기를 2010년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진요'에 비유했다. 아무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이날 진행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나오자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등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국감)에서 여야는 질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1시간 정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최인호 의원이 “국감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부실한 자료제출은 물론이고 공문서 변조를 지시한 것이 드러난 만큼 원 장관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양평 고속도로를 정치적으로 공격해왔지만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예비타당성(예타)안과 대안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지를 검토하고 있는 과정인데 민주당이 (의혹제기로) 중단시킨 상황이고 이제는 지겨워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 뒤 이어진 본격질의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용역사가 과업수행계획서를 삭제한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과업수행계획서 내용이 삭제됨에 따라 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예비타당성 조사 원안)에서 강상면(변경안)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과업수행계획서에 기재된 4가지 목적 가운데 9월 보고서부터 ‘장래 노선축 연장’이라는 목표가 삭제됐다”며 “이 목적이 삭제되면서 수도권 도로체증 해소가 아니라 양평군민을 위한 도로처럼 바뀌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용역사 직원은 국감에서 국토부 서기관 지시로 삭제했다고 답변했다”며 “강상면을 종점으로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원 장관은 “제기하신 의혹은 이미 당사자들이 충분히 답변, 반박해 제가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이 추천하는 전문가들까지 포함해서 (종점)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국토부 지시로 과업수행계획서 일부를 삭제했다고 밝혔는데 삭제를 지시한 국토부 직원이 누구인지 보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원 장관은 "당시 담당 직원들이 했겠죠”라고 모호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도 과업수행계획서 가운데 4페이지가 국토부 지시로 삭제된 점은 다른 사례와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원 장관을 향해 “국토부 지시로 자료를 삭제했다는 답변이 나왔는데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지만 원 장관은 마찬가지로 “제가 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박 의원이 계속해 추궁하자 원 장관은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겠지만 도로국장이 정확한 내용을 알고 답변을 할 것”이라고 국토부 도로국장에게 답변을 넘겼다.

국토부 도로국장은 “실무자들이 한 것, 그 부분에 대해서는...”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끝내 구체적인 이름을 대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질의를 ‘정쟁’이라 비판한 뒤 정책질의를 하겠다며 원 장관에게 양평 고속도로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김희국 의원은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원인에는 ‘부실시멘트’가 작용한다고 진단하며 국토부가 모래 품질등급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용 의원은 각종 청년, 미혼가구에 대한 대출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부부들이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실태를 짚으며 원 장관에게 종합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원 장관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양평 고속도로를 제외한 대부분 사안에 관해서는 의원들 지적에 공감하거나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원 장관이 강경한 말투와 달리 야당의 의혹제기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감 이후에도 향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는 불투명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상황을 둘러싼 상황을 요약했다.
 

심 의원은 “누가, 왜 노선을 변경했나에 관한 많은 말이 있었지만 이를 투명하게 밝힐 책임은 야당이 아니라 장관에게 있다”며 “이를 밝히지 않으면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정부여당은) 특혜 의혹이 안 밝혀졌다는데 특혜가 없다 하더라도 이해충돌 사안”이라며 “이해충돌 방지를 어떻게 할지도 고속도로 사업에 중요한 요소이고 정부여당이 밝혀야 될 사항을 누구에게 밝히라고 하는 건가”라고 원 장관을 질책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