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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시아-WD’ 합병 무산에 SK하이닉스 '안도', 박정호 낸드 수익성 개선 기회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10-27 16: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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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오시아의 합병이 불발되면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약점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를 강화하기 위해 인텔 낸드부문(현재 솔리다임)까지 인수했는데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가 합병하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주도권을 미국 기업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었다.
 
‘키오시아-WD’ 합병 무산에 SK하이닉스 '안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낸드 수익성 개선 기회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낸드사업 수익성을 개선할 기회를 잡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지형에 큰 변화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인 출하 정책을 펼치며 낸드플래시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랫동안 이어지던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의 합병이 논의가 결국 타협점을 차지 못하고 결렬됐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오시아의 주주들로부터 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자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키오시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오시아 최대 주주인 베인캐피털과 합병 조건에 합의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베인캐피털은 2017년 한·미·일 컨소시엄을 꾸려 지분의 키오시아의 49.9%를 매입했는데 당시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에 4조 원을 투자해 키오시아 지분을 최대 15%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갖고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는 낸드플래시 2, 4위 기업으로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도 뛰어넘는 초대형 반도체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애초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 합병이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업체 통합으로 낸드플래시의 경쟁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정보 전문매체 더모틀리풀은 “과점체제인 D램과 달리 경쟁자가 많은 낸드플래시는 기업들이 수요보다 더 많은 제품을 공급해 수익성이 좋았던 적이 없다”며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으로 공급업체가 줄어들면 남은 기업들의 낸드플래시 수익성은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초대형 경쟁사의 등장은 SK하이닉스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6일 “키오시아 투자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병) 동의를 하지 않았다”며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정호 부회장도 올해 1월5일 CES2023에서 두 회사의 합병설을 두고 “일본 정부가 친미국적이긴 하지만 두 회사 합병을 쉽게 허용해주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합병에 긍정적이지 않은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키오시아-WD’ 합병 무산에 SK하이닉스 '안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낸드 수익성 개선 기회
▲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에 건설한 메모리반도체 합작 생산공장. <키오시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SK하이닉스는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의 합병이 궁극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낸드플래시 산업은 적층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비용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D램처럼 ‘규모의 경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개발에 같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생산량이 많은 곳이 단위당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웨스턴디지털-키오시아 합병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거대 낸드기업이 탄생한다면 SK하이닉스가 생산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합병된 웨스턴디지털이 중장기적으로는 같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에 인수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이런 시나라오대로 흘러가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미국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게 된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9월20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 쪽은 규모의 경쟁이 중요한데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쳐지고 여기에 마이크론이 이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삼성전자도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줄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미국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헤게모니를 가져가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초대형 경쟁사의 등장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박 부회장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낸드플래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6일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4년 낸드 수요 성장률이 10% 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출하량을 올해보다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재고 축소를 위한 출하량 중심의 전략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 가격이 올해 4분기에만 약 10~1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제품 가운데 고부가가치제품 위주로 가격 반등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영업손실 규모가 2023년 7조 원 수준에서 2024년 2천억~4천억 원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더딘 손익 회복은 우려할 만한 요인이나 현재 수준 이상으로 부담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2024년 하반기로 갈수록 인공지능(AI) 서비스 개화는 서버 수요를 자극해 낸드의 탄력적 수요 반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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