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리막시모 회원들이 깬 구찌 상점 창문. 붉은색 낙서도 남아 있다. <클리막시모> |
[비즈니스포스트] 포르투갈에서 기후운동가들이 부자들이 기후 대책에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요구하며 명품 가게의 창문을 깨고 낙서를 했다.
23일(현지시각) 포르투갈 현지언론 포르투갈레지던트는 기후단체 ‘클리막시모(Climáximo)’가 리스본에 위치한 구찌 상점에서 기물파손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클리막시모는 포르투갈의 과격파 기후운동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클리막시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속에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전혀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가장 큰 사람들이 위기 해결을 위해 친환경 전환세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막시모는 포르투갈 정부에 연간 15만 유로 이상의 소득자를 대상으로 99%의 세율을 매기는 세금 개정과 ‘공공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 부서 신설을 요구했다.
이번 구찌 상점 기물파손 행위도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 구찌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클리막시모 회원은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기후위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집을 잃고 쫓겨나는 동안 부자들은 이런 곳에서 사치품을 사고 있다”고 비난했다.
포르투갈레지던트는 이에 기후운동가들의 분노의 대상이 화석연료에서 사치품으로 옮겨간 것이라 평가하며 리스본에서 클리막시모를 중심으로 이번과 유사한 기물파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13일 클리막시모에 속한 또 다른 회원은 리스본 벨렘 박물관에 소장된 피카소 그림에 붉은 페인트 통을 던져 그림을 훼손시켰다.
기물파손을 저지른 기후운동가들은 행위에 따라 적게는 600유로(약 85만 원) 이하의 벌금부터 높게는 수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받았다.
클리막시모의 행위를 놓고 현지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한 평론가는 포르투갈레지던트를 통해 "분노에 차서 페인트를 던지고 가게 물건을 부수는 것은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진짜로 기후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면 성명문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께 전달해야지 폭력으로 해결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