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0-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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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종료 일주일을 앞두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재명 대표 수사', ‘R&D 예산안’, '후쿠시마 오염수',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여야의 견해차가 큰 정치적 사건들이 쟁점화되는 장면이 많았다.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이 10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정쟁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개별 정책의 미비점을 정확히 지적하거나 민생과 관련된 날카로운 질의로 피감기관을 긴장하게 한 의원들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2023년도 국정감사는 7일 뒤인 29일 각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아직 국감을 실시하지 못한 여성가족위원회만 11월에 국감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진행한 국감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쟁으로 흘러가기 일쑤였으나 호평을 받은 질의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이 제기한 ‘특례보금자리론’ 문제가 꼽힌다.
강 의원은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연령별 통계를 제시하며 60대 5명이 만 34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도입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정책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연령 제한을 두지 않은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부채 증가세의 원인으로 꼽으며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는데 정작 정부가 내놓은 50년 만기 정책 모기지에서 연령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은 “60대가 50년 만기 상품을 받았냐”고 반문하며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의 날카로운 질의는 시중은행의 후속조치까지 이끌어냈다. KB국민은행이 13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세 이하에만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12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드라마가 종료됐는데도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연기자들의 처우를 고발했다.
방송 3사는 방송출연료 기준표에 따라 출연료와는 별도로 교통비와 야외·철야수당, 숙박비, 식비 등을 지급하고 음성 출연 시 별도의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임 의원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꽃피면 달 생각하고’ 제작사는 출연자들에게 철야·야외비, 식대, 교통비, 숙박비 등 일체의 비용을 포함한 금액으로 출연료 80만 원만 지급했다. 음성 출연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임 의원은 "연기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며 "표준계약서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법률과 제도개선에 힘쓰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는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배달의민족(배민) 주력 상품인 ‘울트라 콜’이 입점 업체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실태를 짚었다.
울트라콜은 월 8만8천 원을 정액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배달의민족 입점 업주 가운데 약 72%가 사용하고 있다. 울트라콜 깃발을 구입하면 반경 7km 안에서 우선순위 노출이 가능하게 된다.
김 의원은 12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기업) 부사장을 향해 “실제 영업점뿐만 아니라 (영업점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영업점에서도 깃발을 꽂을 수 있게 돼있다”며 "가상의 지점에 깃발을 꽂지 않으면 광고 노출이 떨어지니까 업체마다 무리한 지출을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출혈 경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김 의원의 지적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산 능력은 정해져 있는데 가게 홍보를 넘어 수수료가 동반된다면 과다 경쟁이고 수익이 늘어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배달의민족이 들어온다면 지수 평가 안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해 (출혈경쟁 방지)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여야의 '가짜뉴스' 공방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알뜰폰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유해정보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눈길을 끌었다.
알뜰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약 51만 명에 이르는데도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망이 아닌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이 10월10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알뜰폰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허 의원은 실제 알뜰폰으로 국회 공공 와이파이를 활용해 불법 성인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한 장면을 띄워 이를 입증해 보였다.
국감에서 반박에 집중하던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통신3사의 청소년 유해매체 콘텐츠 차단이 비교적 상시 점검을 통해 되고 있지만 알뜰폰까지는 그동안 못 미쳤다"고 인정하며 "좋은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7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스토킹 사건 기소 관련 질의를 통해 검찰의 수긍을 이끌어 낸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국감은 이재명 대표 수사를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과 검찰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는데 이 의원의 차분하고도 논리적인 문제 제기가 송강 인천지검장마저 납득하게 만들었다.
이 의원은 먼저 스토킹이 보복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들을 거론한 뒤 지난 6월 발생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사건이 ‘보복범죄’가 아닌 ‘단순 살인죄’로 기소된 이유를 따져물었다.
가해자인 설모씨는 6월에 스토킹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뒤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피해자는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았지만 한 달 동안 설씨와 마주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납했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 반납 후 나흘 뒤 설씨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스토킹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보복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일반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 의원은 “살인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7월13일부터 나흘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를 매일 새벽에 찾아갔고 5일째에 죽였다”며 “스토킹과 살인이 시간적 연속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관할 지검을 맡고 있는 송강 인천지검장은 이 의원의 설명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며 “범행의 잔혹성이나 그 잔혹성에 따른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이 사건은) 인천지검에서 지금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는 사건”이라고 대답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