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0-20 15: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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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의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 대 득표율로 참패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당내에서는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라며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사퇴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갈등의 배경에는 총선을 앞두고 재창당을 선언한 정의당의 ‘노선 갈등’이 자리 잡고 있어 당내 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월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노동이사대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은 창당 11주년을 하루 앞두고 ‘분당’이 언급될 정도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가 내재돼있던 당내 갈등을 더욱 표면화 시킨 모양새다.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1.83% 득표에 그쳤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1.38%)와 득표 차이가 미세했고 정의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록하고 있는 3%대 정당지지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거가 끝난 뒤 당내 일부 세력은 지난 1년 동안 이정미 지도부가 진행한 재창당 노선의 한계와 실패를 확인한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류호정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보다 무책임한 모습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사퇴의사를 밝히며 "변화는 책임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큼 이정미 지도부가 '전원 사퇴'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 같은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정미 대표는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가 사퇴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당의 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될 것인가에 대한 당 차원에서의 어떤 고민들도 필요하다"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은미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류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정미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의원은 “류호정의 ‘ㄹ’자도 싫어하는 당원들이 많다”며 “지난 8월 당원들의 탈당행렬이 이어지는 등 정의당 위기에는 류 의원 책임도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에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끊임없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내부 갈등이 쉽게 수습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는 지도부를 향한 사퇴요구가 단순히 선거결과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정의당의 상황에 관해 재창당을 둘러싼 노선투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의당은 당명 변경을 포함한 재창당을 한 뒤 총선을 치른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구체적 방향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정의당 소속 현역 의원들은 6명인데 현 지도부를 비롯한 ‘자강론’(배진교, 강은미, 심상정, 이은주)과 제3지대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신당파(류호정, 장혜영)로 나뉘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역 의원들이 아닌 원외위원장과 일부 당원들은 정의당과 정의당 주변에 있는 진보 소수 정당들을 합쳐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자강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녹색·노동 등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을 더욱 개선시키는 것을 강조하며 금태섭 전 의원이나 양향자 의원 등이 창당한 제3지대 신당들과 연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장혜영, 류호정 의원 등은 총선 전에 거대 양당 정치를 깨려는 모든 세력이 협력을 논의해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강론’으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 장혜영 의원이 10월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의원은 19일 MBC 뉴스외전에서 이정미 대표를 향해 “(정의당이)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는 자강론 그리고 그 이외의 의견을 전혀 대안으로 인정하시지 않는 그 모습이 정말로 우리 당을 조용한 파멸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강론이라는) 첫 번째 노선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기각된 만큼 이제는 통합론을 가지고 토론을 거쳐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분간 노선 전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대표가 오는 11월19일 치러지는 당 대회까지는 ‘자강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재창당 노선을) 다시 또 원점에서 논의하기보다 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 당인지 일차적으로 세워놓은 다음에 유연한 방식의 선거연대나 연합에 대해 충분히 더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자강론에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지는데다 총선이 다가옴에도 3%대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당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면 정의당과 제3지대의 연대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총선 국면 안에서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선거 연대에 대해 다양한 폭을 열어놓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정의당의 전신인 진보정의당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21일 창당했다. 노회찬·조준호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해 심상정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이듬해 7월 정의당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