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10-17 1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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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력 남용'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심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CJ올리브영의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해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CJ올리브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심의 결과에 따라 상장 재추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별 탈 없이 과징금 리스크를 해소한다면 실적이 고속성장하는 가운데 상장 재추진에도 힘이 싣릴 수 있으나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면 법적대응 등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남에 따라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
17일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심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납품업체들을 압박해 경쟁회사로의 정상적인 상품공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연내 전원심의를 열고 CJ올리브영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CJ올리브영이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면 액수가 최대 6천억 원까지 거론된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2081억 원에 3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2212억 원과 비교해도 많은 액수로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액수에 따라 향후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앞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 기업공개 추진하다가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다음 법적대응까지 나선다면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수 있다. 기업공개 재추진이 기약없이 흘러가게 된다는 의미다.
과징금 리스크를 큰 탈 없이 털어낼 수 있다면 가파른 성장세에 기반해 기업공개 재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 기업공개를 무기한 연기했는데 올해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상장 기대감이 높아졌다. 실제 CJ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7966억 원, 순이익 179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1.7%, 순이익은 88.6%가 늘어난 것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5일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3조6천억 원으로 봤다.
전원심의에서의 관건은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느냐의 여부다. 국내 헬스앤뷰티업계만 놓고보면 CJ올리브영은 매장수 1320개로 점유율은 70%가 넘어가지만 시장의 범위를 화장품업계로 확대해 보면 12%에 그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이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경우 그 규모가 최대 6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CJ올리브영의 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평가했다. 또한 조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은 점이 반영돼 조정 사유가 ‘없음’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CJ는 지난달 1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최악의 경우에도 벌금을 받더라도 CJ올리브영의 이익과 비교해 크게 위협적인 사안은 아니다”고 봤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사모펀드가 2대주주로 있는 데다 CJ그룹 승계와도 얽혀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더욱 의식할 수 밖에 없다.
CJ올리브영 주주명단을 살펴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경영리더가 지분 11.08%를, 딸인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담당 경영리더가 지분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경영리더의 보유 지분이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이나 이후 지분 매각 등으로 처분된다는 것이 CJ그룹 승계플랜으로 자주 거론된다.
향후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 실장 경영리더가 CJ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1227만5574주)를 상속 혹은 증여받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증여·상속세를 납부해야한다.
▲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지난해 말 기준 CJ올리브영 지분 11.08%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기업공개가 추진되면 이 경영리더가 보유지분을 처분해 자금줄로 활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승계 과정을 단순화하는 시나리오로 CJ올리브영과 지주회사 CJ의 합병 가능성도 나온다.
DS투자증권은 지난달 발간한 CJ 종목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를 할 경우 기업공개→구주매출→지주사 지분 매입 혹은 상속세 마련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이 모든 과정을 단순화 할 수 있는 방식은 CJ와 CJ올리브영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이다”고 말했다.
주식교환을 통해 이선호 경영리더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희석효과를 제외하고 18.2~22.9%로 추정됐다.
다만 이러한 주식교환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의 2대주주(지분율 22.56%)인 사모펀드 글렌우드PE가 CJ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적어서다. 기존 지분의 향후 승계 방안도 다시 마련해야 돼 일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