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해 체면을 구겼다.
임 위원장과 이 회장은 그동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해 강력한 압박을 했는데도 한진해운이 내놓은 자구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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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 위원장과 이 회장은 향후 기업 구조조정에서 한진해운이 나쁜 선례로 남을 가능성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산업은행에서 공개한 한진해운 추가 자구안에 따르면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부족한 운영자금 1조 원 가운데 4천억 원만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나머지 6천억 원은 채권단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임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은 기업정상화에 필요한 부족자금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조 회장은 이번에도 채권단에 손을 벌렸다.
임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던 조 회장의 사재출연 방안의 경우 자구안에 들어갔지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선결조건인 데다 사재출연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6월 “대주주의 책임과 관련해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혹은 기업을 포기하는 상황을 자구안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며 조 회장을 겨냥해 압박했다.
이 회장도 16일 기자들에게 “한진해운과 여러 대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곧 부족자금 1조2천억 원에 대한 자구안을 낼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지만 이번 자구안으로 빗나갔다.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의 추가 자구안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임 위원장과 이 회장이 요구했던 사항들이 자구안에 크게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불편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과 이 회장은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는데 이제 이 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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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두 사람의 말 대로라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가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이런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국내 항만과 물류사업이 받을 타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의 특성상 법정관리를 받으면 정기노선을 운항하기 힘들어져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부산항의 연간 매출액이 최대 8조 원 줄어들 것으로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법정관리 대신 출자전환을 선택할 경우 향후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한진해운처럼 ‘버티면 된다’의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 위원장과 이 회장은 한진해운을 향후 기업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 삼으려 했지만 미흡한 결과를 얻었다”며 “법정관리를 받게 되든 아니든 기업구조조정 현안이 잔뜩 쌓여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와 산업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