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강하게 고수했던 임금피크제 도입에서 한발 물러나 노조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현대차가 판매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절박함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5일 현대차 노조 등에 따르면 회사 측에서 임금피크제 논의를 일단 미뤄두기로 하면서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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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차 사장. |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합의 직전까지만 해도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는 올해 협상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24일 임금피크제 논의를 일단 미뤄둔 채 극적으로 노조와 잠정타결을 합의했는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현대차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만큼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놓고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경영환경 악화로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한 대라도 더 팔아야하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장기화되는 것은 막아야 했던 것이다. 노조와 극적 타결을 이룬 데는 정몽구 회장 등 경영진의 이런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총 14차례 파업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6만5500여 대, 1조4700억 원 규모다. 임금협상 중 노조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액 가운데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현대차 국내 점유율은 2015년 38.9%로 처음 40%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방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점유율은 회복되지 못하고 30%선에 머물러 있다.
해외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204만3235대를 팔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8% 감소했다.
회사는 임금피크제 확대를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확대 요구가 철회된 것”이라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잠정합의 결과만 놓고 보면 사측이 얻은 건 별로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는 파업 장기화를 피하고 하반기 전력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노조 찬반투표 결과 이번 합의안이 가결되면 파업 이슈가 사라진다는 점도 앞으로 현대차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