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숨돌리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중국 생산시설 대상으로 한 반도체 장비 반입 무기한 허가로 메모리사업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반도체 사업에서 큰 리스크가 하나 해소된 만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나타나는 메모리 업황 개선세에 올라탈 준비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에 맞춰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DDR5 D램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토대가 마련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세에 따라 HBM3와 DDR5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40%를 우시 공장에서 만들며 낸드플래시의 20%를 다롄에서 제조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을 막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왔다.
하지만 9일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부여함에 따라 한숨 돌리게 됐다. 검증된 최종사용자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게만 지정된 품목의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방식이다.
VEU에 포함되면 사안별로 별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유예 연장결정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며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각 나라의 법규를 성실히 준수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중 갈등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힘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고부가 D램 사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박정호 부회장으로서는 업황 회복에 맞춰 실적을 끌어올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층 어깨가 가벼워 진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에 낸드플래시 2공장도 짓고 있는데 미중 갈등이 더욱 깊어지면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박 부회장은 이번 미국 정부의 VEU 지정을 계기로 중국 공장 건설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만큼 HBM과 DDR5 시장에서 이익체력을 끌어올려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 레거시 공정에서 불확실성이 사실상 사리지게 된 만큼 중국 공장에서 기본적인 판매 물량으로 외형을 다지면서 HBM과 DDR5와 같은 고부가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과 GDDR을 비롯한 그래픽 D램 매출은 과거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가 2022년 4분기 10%로 뛰어오른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20%% 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부회장은 중국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의 실마리가 HBM과 DDR5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이 분야로 경영전략의 무게추를 옮길 공산이 크다.
박 부회장은 일찍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HBM과 DDR5의 중요성을 감지하고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그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 동작에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용량의 초고속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의 HBM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와 시장조사기관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전반적 이익체력이 좋아지는 만큼 박 부회장으로서는 고부가 D램 사업에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 가능성이 높다.
최도연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확실한 업황 저점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보돼 새로운 국면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전체 D램 생산능력을 줄이고 있지만 이는 주로 구공정인 DDR4 D램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인공지능 서버수요가 탄력을 받게 되면서 DDR5 등 고부가 D램 수요는 고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