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반건설이 수 년째 국회 국정감사 시즌마다 ‘벌떼입찰’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는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벌떼입찰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올해도 국정감사에서 벌떼입찰을 놓고 추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채택 현황 등을 살펴보면 올해는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에서 건설사 CEO(최고경영자)를 증인으로 소환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부실시공과 중대재해, 벌떼입찰 문제를 놓고 각 상임위원회가 관련 기업 CEO를 한 명씩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 사장은 벌떼입찰과 관련 건설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산자위 국감에 소환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감에도 여야 정쟁이 격화되는 분위기에서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문제에는 의원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몇몇 중견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 문제는 국감의 단골현안이다. 그만큼 벌떼입찰 문제를 제대로 다루겠다고 별러온 의원들도 많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행위를 의미한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전매 관련 편법 의혹에 오너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승계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에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부터 그의 아들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등 오너일가도 국회 국감 증인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국감장에 선 적은 없다.
김상열 회장은 올해도 국감 증인신청 명단에는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김대헌 사장은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으로 정무위원회 공정위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됐지만 막판에 채택이 철회됐다.
박 사장도 지난해에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혐의를 향한 정부와 여야 의원들의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지면서 증인 채택을 피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6월 호반건설에 2013~2015년 벌떼입찰 등을 통한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 원 규모를 부과했고 벌떼입찰 관련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반건설이 벌떼입찰로 알짜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은 뒤 두 아들 회사에 양도해 아들들을 번듯한 회사 사장으로 만들었다”며 벌떼입찰을 원천봉쇄하고 호반건설을 포함한 건설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끝까지 추격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자위도 올해 국감에서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행위와 부당내부거래를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자위는 2023년 국감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서 박 사장의 신문요지를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관련 산업부가 관리감독하는 경제자유구역 입찰 및 비양심적 자녀 양도 현황 확인, 건설산업 공정경쟁 구도 활성화 대책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26일 일부 건설사들이 인천 검단 신도시와 영종 하늘도시 공공택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벌떼입찰'을 펼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허종식 의원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추첨방식 공공택지 당첨 상위 10개사 청약 세부내역(2018~2022년)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우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 건설사 7곳이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 하늘도시 등에서 모두 19개 필지, 약 30%를 낙찰받았다.
이 기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인천지역 공공택지는 모두 64개였는데 추첨방식으로 진행했는데도 이들 건설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허종식 의원실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의 공공택지 입찰에 계열사 3곳이 참여해 4개 필지를 확보했다. 우미건설이 계열사 4곳이 참여해 5개 필지를 낙찰받았는데 택지 면적과 금액으로 보면 호반건설이 인천지역 1위를 보였다.
지난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택지 178필지 가운데 67필지(37%)를 호반건설과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가 벌떼입찰로 낙찰받았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강 의원은 “국토부가 수년 동안 처벌과 조사권이 없다는 변명으로 솜방망이식 제도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건설사는 성장하고 건설시장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며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전 국감에서도 호반건설의 벌떼입찰 논란은 계속 주요 현안으로 다뤄져 왔다.
2019년 정무위 국감에서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조성욱 공정위원장에게 호반건설을 조사하고 있는지 추궁했고 2020년 국토위 국감에서는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호반건설의 택지 부당입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올해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에 진입해 10대 건설사에 오르면서 벌떼입찰을 통한 부당내부거래 등 편법승계 등 지배구조 이슈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도 오너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박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호반건설의 편법승계 의혹까지 국감에서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떠오른다.
박 사장은 1971년생이다. 1999년 호반건설에 입사한 뒤 스카이밸리컨트리클럽 대표, 호반건설 수주담당 임원과 사업총괄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택지공모사업, 도시정비사업, 복합개발사업 등에서 대규모 수주를 통해 호반건설의 사업확장을 이끌었다. 2018년에는 호반 대표이사를 맡아 호반건설과 합병 진행 등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도 역할을 했다.
박 사장은 2020년 호반건설 대표이사에서 물어났다가 1년 만에 다시 복귀해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