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은 이미 온라인 쇼핑몰에 입고된 제품 가격을 평균 10분에 한 번씩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아마존 배송 차량.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온라인 사이트에서 항공권이나 숙박을 예매하려다 평소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만한 일이다. 항공사들이 온라인 가격 조정으로 연 매출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오프라인 마트도 제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해 소비자들 모르게 장바구니 물가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외신을 통해 나왔다. 소비자 지갑을 노릴 ‘주범’으로는 전자가격표와 함께 의외로 인공지능(AI)이 지목됐다.
아직 국내 대형마트는 추석 등 대목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추후 도입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제품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가격 책정 방식이 오프라인 매장에도 빠르게 도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자가격표의 보급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은 ‘메뉴비용’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맞춰 실시간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웠다.
메뉴비용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가격을 조정할 때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다. 가격표를 인쇄하는 비용이나 가격 책정에 필요한 인건비 등이 메뉴비용의 예다.
그러나 전자가격표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메뉴비용이 기존보다 감소해 가격 변화로 거둘 수 있는 이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자가격표와 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시간으로 가격을 바꾸는 비용이 저렴해졌다”며 “오프라인 소비재 산업에서도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방식을 빠르게 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가격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매장으로는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가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다.
한국의 이마트 또한 수 년 전부터 전자가격표를 매장에 비치하며 인공지능 기술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마트는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품목의 가격을 책정할 때 물건을 가져오는 산지 가격에 따르고 있다”며 “아직 인공지능을 가격 책정에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전자가격표 도입이 늘면서 중앙 서버에서 한번에 제품 가격을 모두 바꿀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으로 가격 조정이 가능한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한 이마트 매장에서 점원이 스캐너로 전자가격표를 확인하는 모습. <이마트> |
온라인 업체들이 가격을 유동적으로 바꾸며 매출을 증대시켰다는 분석은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소비재 기업에게 향후 인공지능을 가격 책정에 활용할 유인이 된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온라인 항공권 가격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면서 연 매출을 4%까지 증가시켰다.
기업들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품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꾸거나 소비자에 맞춤형 가격을 내놓는 정책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인 아마존 또한 경쟁사가 제품에 매긴 가격 등 대규모의 실시간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평균 10분마다 가격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9월12일자 보도를 통해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경향성을 분석하고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 반영해 개별 소비자에게 맞춤형 가격을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고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가격 표시가 대세가 될 수록 오프라인 업체들까지 인공지능으로 책정한 가격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가까운 미래의 명절에는 마트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항공권처럼 시간대 등 조건에 따라 제각기 다른 가격에 동일 물건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업 수익경영회사 레버뉴 애널리스틱의 명예회장 로버트 크로스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격 책정 방식을 모든 기업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이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소비자로서는 알기 어려우므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기업에게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