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에 특별수사팀 동시수사라는 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검찰조직이 워낙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특별수사팀 담당자들의 인맥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 머리 깎기’식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
|
|
▲ 김수남 검찰총장. |
24일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감찰관 수사를 맡을 특별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김 총장은 특별수사팀의 보고 횟수를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 청와대의 간섭을 우려하는 시선을 불식하는 데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맡아 우병우 수석의 직권남용 및 횡령사건과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의혹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검찰은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매입 파문, 현직 검사의 자살사건 등으로 안팎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직 청와대 수석과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특별감찰관 의혹수사까지 겹쳤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동시수사를 맡긴 것은 김 총장의 장고 끝에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김 총장이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특별수사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이 검찰 최고위급인 윤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낙점한 것도 권력형 비리수사에 개입될 외부 입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 팀장은 24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총장의 정공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과거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맡겼으나 성공한 예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는 김 총장이 검찰수장에 오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수사를 특별수사팀에 맡겼고 문무일 당시 대전지검장이 총대를 메도록 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용두사미 수사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이번 사안은 현직 청와대 수석이 수사대상이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우병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18기로 윤 팀장의 연수원 한 기수 선배이기도 하다.
더욱이 윤 팀장은 우 수석과 과거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주요 부패사건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최대의 권력비리 의혹을 불렀던 ‘정윤회 사건’ 당시 수사를 함께 담당하기도 했다.
|
|
|
▲ 윤갑근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 |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의혹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란 얘기다.
또 우 수석과 이 감찰관의 동시수사도 사안의 무게에 비춰볼 때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검사가 되기 전 판사로 있을 당시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 퇴진을 촉구하며 판사를 그만둔 일을 회고하며 “(김 총장이) 그 결기를 이번에 되살릴 수 있을까?”라며 “우병우 수사보다 이석수 수사에 전력을 다할지 모르겠다.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쪽팔리지 않는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한 인터뷰에서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이 우 수석 사건과 이 특별감찰관 사건을 같이 하는 건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검찰에서도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 같은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