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9-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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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기업 워크아웃 즉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이대로 올해 10월 이 법의 효력이 정지되면 부실징후기업들이 워크아웃 대신 기업회생절차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치권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 등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는 동안 기업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일몰이 확정됐다.
불경기로 부실징후기업, 파산신청기업 등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 놓여 여당과 야당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극한 대립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 기능이 사실상 정지 상태에 놓이면서 올해 10월 효력이 정지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연장이 불투명해졌다.
일몰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정무위 법안심사 재개에 기약이 없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기한을 늘리는 개정안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효력 기한 연장을 위해 각각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정무위에 발이 묶여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단독처리하고 여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7월부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개정안 처리가 멈춘 상황 속에서 부실징후기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금육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은 2021년보다 25곳 늘어난 185곳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종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이 7월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징후기업은 통상적인 자금차입 외에 외부 추가자금 유입 없이는 정상적인 채무이행이 어렵다고 주채권은행이 인정한 기업이다.
올해 한계기업 비중이 22.8%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3년 연속으로 1 이하인 기업이다. 이는 기업이 버는 돈보다 내는 이자가 더 많은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상태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7월6일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열린 ‘2023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코로나19 충격과 지난해 금리 인상은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를 가속화시켰다”며 “한계기업 비중은 올해 22.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입 통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더욱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724건으로 2022년 상반기(452건)에 비해 60.2% 급증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받았던 2020년 상반기(522건)보다도 많았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의 근거법이다.
워크아웃 제도는 경영 상황이 나빠진 기업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채권단으로부터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 등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이대로 일몰되면 부실징후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회생절차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하면 일시적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워크아웃 제도를 통한 기업 정상화 가능성이 법원 회생절차와 비교해 높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금융업계 및 정치권에서는 법원에서 진행되는 회생절차(법정관리)의 필요성과 별도로 워크아웃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2012년 이후 중소기업은행에서 실시한 워크아웃 졸업 기업 가운데 재무정보를 보유한 24개 기업의 재무지표 변화를 분석해보니 24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5.1% 증가했다.
16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개선됐으며 완전자본잠식 기업의 수도 11개에서 6개로 감소했다.
▲ 7월6일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서 열린 ‘2023 기업구조혁신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자산공사>
기업은행이 선정한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245곳을 분석한 결과 신청건수 대비 성공률은 워크아웃이 회생절차에 비해 약 3배 높았다.
워크아웃은 88곳이 신청해 30곳이 성공해 성공률이 34.1%였고 회생절차는 157곳 신청 중 19곳만 성공해 12.1%에 그쳤다.
법정관리의 낙인 효과도 워크아웃 제도가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17년 7월4일 발표한 ‘패스트트랙 기업회생절차가 법정관리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기업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거래가 중단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법정관리 시작 전후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는) 대출 관리와 거래기업들과의 거래 단절 등으로 영업 기업이 훼손됐기 때문”이라며 “과거 법정관리 기업이었다는 낙인효과 등에 기인해 제도의 효과가 제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처음 시행됐다. 재산권, 평등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이 인정돼 일몰이 다가올 때마다 그 기한을 연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2018년까지 모두 6번 연장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