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0년 동안 라니냐의 장기화 빈도가 높아졌다. 사진은 2015년 당시 엘니뇨 발생에 따른 수온 변화를 색으로 표현한 지도.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
[비즈니스포스트] 라니냐의 장기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서태평양과 태평양중앙의 수온 차이 확대에 있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대학교의 빈 왕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자연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보면 최근 100년 동안 라니냐의 장기화 빈도는 뚜렷하게 증가했다.
라니냐는 태평양 동쪽 적도 인근 바다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에서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상태가 일정 기간 이상 이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와 번갈아 가며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발생한 6번의 라니냐 가운데 5번이 1년 이상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라니냐가 3년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라니냐가 3년 연속 이어지는 경우는 1950년 이후 두 차례에 불과하다.
왕 교수는 “라니냐가 수년 동안 이어지는 일은 놀랍다(phenomenal)”며 “1920년 이후로 봐도 올해까지 라니냐가 10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라니냐가 장기화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1920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20차례의 라니냐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일부 장기화한 라니냐가 슈퍼 엘니뇨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엘니뇨 발생에 따라 대양의 상층에서 열이 대량으로 방출됐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했다.
▲ 최근 100년 동안 발생한 라니냐의 발생 주기를 나타낸 그래프. 회색 막대는 중립 상태, 검은 막대는 엘니뇨, 파란 막대는 한 해 동안 이어진 라니냐, 빨간 막대는 다년에 걸쳐 이어진 라니냐를 의미한다. <미국 하와이대 빈 왕 교수의 논문 'Understanding the recent increase in multiyear La Niñas'에서 갈무리> |
하지만 2007년, 2010년, 2022년 등 최근 세 차례 발생한 장기 라니냐는 연구진의 예상과 맞지 않았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서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해 태평양 중앙 지역 수온과 차이가 커지면서 라니냐의 장기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왕 교수는 “이번 연구로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극단적 라니냐와 엘니뇨가 발생한다는 현재의 관념을 넘어 극단적 엘니뇨와 라니냐가 다른 원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라니냐의 변화 예측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욱 잘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