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긴장하게 됐다.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 있어 마냥 국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이 커졌다. <연합뉴스> |
다만 연준의 공격적 통화긴축 기조도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의견이 시장에 지배적이기 때문에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
21일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연준이 2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재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정책 목표치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확신일 들 때까지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9월 점도표에서도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5.50~5.75%로 현재 수준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연준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1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금융시장에 최소한의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9월 FOMC 회의는 예상대로 매파적이었다”며 “고금리 여건을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은 이 총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연준이 예고대로 올해 두 차례 남아 있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현재 2%포인트에서 2.25%포인트까지 확대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가 원화가치 하락과 외국인들의 투자금 유출로 이어지면 국내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 한 달 동안 미국 달러화 강세 현상에 영향으로 19억 달러 규모의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언급하듯이 미국 통화정책 기조에서 한국은 그리 자유롭지 않다”며 “한은 역시 고금리 장기화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이 총재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 총재는 그동안 미국과 국내 경제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쫓아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왔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3년 7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을 살펴보면 7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하며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시장은 제롬 파월 의장(사진)의 매파적 발언에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뉴스> |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추가 금리 인상 경고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미국 경제성장 둔화가 가속화되거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와 같은 중소 은행의 연쇄 파산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11월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며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 아래 가계의 소비심리 하락이 가시화됐고 그러한 환경에서 추가 인상을 단행할 때 불필요한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측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70%의 확률로 연준이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총재도 다음 번 FOMC 이전에 열리는 10월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를 지켜보며 올해 12월 마지막 금통위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