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지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그커피 카페다. 매장 1곳만 운영하던 지안이 77년 역사상 처음으로 새로 매장을 낸 곳이라는 점에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의 잠재력을 짐작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노이=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카페 지앙을 유치하려고 6~7개월 동안 매일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제발 우리 롯데몰에 매장을 내달라’고 설득하려고요. 매일 가서 얼굴을 보다보니 지금은 카페 지앙의 오너와 친구가 됐어요.”
송명근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F&B(식음료) 팀장 얘기다.
◆ 김정은도 마신 커피 다녀간 77년 역사 카페 '지앙', 반 년 동안 설득해 첫 분점 유치
카페 지앙은 베트남에서 유명한 에그커피를 처음으로 만든 카페다. 1946년에 처음으로 문을 연 뒤 현재까지도 명맥을 잇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찾았을 때 지앙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앙은 결코 매장을 늘리지 않았다. 구글에 1만 건가량의 리뷰가 달려 있을 정도면 수십개 점포가 있을 법도 하지만 굳이 한 매장만을 고집했다.
그런 지앙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두 번째 매장을 냈다. 7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송 팀장은 네 평 남짓한 조그마한 지앙 2호점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입점한 식음료 브랜드 가운데 평당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가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콧대 높은 카페 지앙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첫 분점을 냈다는 사실은 이 시설이 베트남 현지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롯데그룹의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다. 쇼핑몰과 롯데마트, 와인 전문점, 롯데호텔, 롯데아쿠아리움, 롯데시네마 등이 들어서 있다. <롯데쇼핑> |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롯데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만든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다. 7월 말 프리오픈을 시작으로 22일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연면적 35만4천㎡로 축구장 50개 크기의 이 시설에는 쇼핑몰과 롯데마트뿐 아니라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롯데호텔, 롯데아쿠아리움, 롯데시네마 등이 총망라돼 있다.
롯데그룹이 해외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설만 보틀벙커, 롯데아쿠아리움, 롯데호텔의 L7호텔 브랜드 등 3곳이다.
◆ ‘최초’로 무장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강력한 MD역량에 입점 원하는 브랜드 줄 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최초’다.
쇼핑몰에 입접한 총 233개 매장 가운데 약 40%인 매장 85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화 매장인데 베트남 최초의 브랜드가 25개, 하노이 최초의 브랜드가 28개이며 플래그십 콘셉트 매장만도 32곳에 이른다.
‘김정은도 방문했던 맛집’ 카페 지앙은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유치에 성공한 최초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최고 등급의 복합매장인 ‘나이키라이즈’를 냈다. 글로벌 여러 나이키라이즈 매장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상위 라인에 속하는 차별화 매장이라는 것이 롯데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샤넬뷰티와 크리스챤디올뷰티 등 베트남 최초의 부티크형 매장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자리를 잡았다.
쇼핑몰 3~4층에 자리잡고 있는 식음료 매장들은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자랑하는 ‘최초 유치’의 역량을 가장 잘 보여줬다.
▲ 경주의 명물로 불리는 십원빵 매장 앞에는 한국 길거리음식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베트남 현지 MZ세대의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경주의 명물로 유명한 ‘십원빵’ 매장 앞에는 한국 길거리음식을 맛보려는 베트남 2030세대들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류 열풍이 동남아시아에서 얼마나 강한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 차돌박이 전문점 ‘이차돌’도 베트남 1호점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열었다. 하노이에서 가장 유명한 쌀국수집으로 유명한 포틴도 베트남 최초로 쇼핑몰 안에 매장을 냈다.
물론 최초 매장만으로 시설이 채워진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한 매장을 유치하더라도 좀 더 고급스럽게, 좀 더 색다르게 구성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관계자는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동남아시아 유명 맛집으로 유명한 ‘쏨탐타이’나 ‘스시홋카이도사치’ 등이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에서도 검증된 구역에만 매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는 앞다퉈 고급 매장을 내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수 년 만에 매장을 낸 글로벌 브랜드도 많다.
스페인 기반의 글로벌 의류브랜드 자라는 7년 만의 베트남 매장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냈으며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조말론런던도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베트남 호치민의 다이아몬드플라자 이후 베트남 2번째 향수 매장을 이곳에 오픈했다.
최용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점장은 “이 시설의 큐레이션 역량은 감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며 “사실 2만~3만 평 이상의 쇼핑몰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처럼 MD(상품기획) 큐레이션을 잘 한 매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쇼핑몰은 위층으로 갈수록 고객들의 방문이 낮아지지만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각 층을 마치 ‘카테고리 킬러’처럼 꾸며 구성을 잘 해놨기 때문에 윗층의 고객 유입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대형 쇼핑몰들이 지향하고 있는 개방형 공간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유리로 천장을 만들어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했고 빈 공간에는 대형 장식물을 넣어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각 입점업체(테넌트)들의 디지털 서비스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자랑하는 지점이었다.
최 점장은 “쇼핑몰의 하드웨어는 아이보리와 흰색을 많이 사용한 고급화라고 할 수 있다”라며 “우리는 고급화를 기반으로 테넌트들에게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매장을 고민해달라고 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지털 역량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태국의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리테일이 운영하는 스포츠웨어 전문숍 슈퍼스포츠는 발 사이즈를 재면 최적의 신발을 찾아주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4층에 마련된 복합 문화공간 ‘컬처에비뉴’도 현지인에게는 색다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컬쳐에비뉴는 쉽게 말하면 국내 쇼핑몰에 있는 문화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공예 공방과 요리스튜디오, 필라테스스튜디오 등이 위치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사실 별다를 것이 없는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베트남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이색적인 공간이라는 소문이 번져 반응이 뜨겁다.
현지 북카페인 나남은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복도 공간과 연결돼 있는 오픈 형식의 서점을 냈는데 이조차도 현지인들에게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색다른 시도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 동남아시아 맛집으로 유명한 ‘스시홋카이도사치’는 먼저 찾아와 고급화 매장을 제안했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시홋카이도사치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 뒤 약 50일 동안 메인 시설인 쇼핑몰을 방문한 고객만 약 200만 명이다. 하루 평균 약 3만~4만 명이 방문한 셈이다.
하노이 인구가 약 84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현지인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이 때문인지 뒤늦게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들어오고 싶다는 브랜드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는 “롯데리아 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만 해도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베트남 250곳가량의 매장 가운데 단번에 매출 1위 매장으로 올라섰다”며 “쇼핑몰의 주목도가 매우 높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금에서라도 입점하고 싶다며 빈 공간이 없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에 집중한 롯데마트, ‘썬 고기’ ‘썬 회’ ‘K푸드’로 하노이 입맛 사로잡다
쇼핑몰이 ‘최초’에 집중했다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지하 1층에 위치한 롯데마트는 ‘한국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매장 입구부터 베이커리 전문점 풍미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사람의 눈에 바로 풍미소라고 읽힐 정도로 뚜렷한 한글로 적혀 있었기 때문.
박창열 롯데마트 베트남법인 부문장은 “시장 조사를 해보니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현지인들에게 먹힐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롯데마트를 한국적으로 꾸미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 롯데마트 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에 입점한 베이커리 전문점 풍미소의 간판은 한글로 표기돼 있다. 한국적인 것을 선호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취향을 고려한 시도다. <비즈니스포스트> |
롯데마트는 풍미소뿐 아니라 각 코너별 간판도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병기해놓고 있었다. 현지인들이 비록 읽지는 못하더라도 한국 느낌이 난다는 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진열 상품의 정보와 가격을 알려주는 태그들도 모두 한국 롯데마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하게 구성했을 정도로 한국의 롯데마트 DNA를 그대로 이식한 모습이었다.
회나 고기를 썰어서 내놓는 것도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낯설지만 한국적 모습을 보여주는 상품 구성이다.
통상 베트남에서는 덩어리 고기와 덩어리 회를 소비한다. 현지인들은 일반 정육점이나 수산시장에서 덩어리로 된 고기나 회를 산 뒤 집에서 일일이 잘라 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한국 축수산 전문 직원들을 베트남으로 파견해 현지 직원들에게 자른 고기와 회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 따로 작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혹시 모를 감염 사태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과 경쟁력을 두루 갖춘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박 부문장의 설명이다.
▲ 베트남에서는 덩어리 고기와 덩어리 회가 주로 소비된다. 일종의 전통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롯데마트는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식 자른 고기와 자른 회에 대한 교육을 시켜 한국에서 소비되는 고기와 회도 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베트남 최초의 즉석 조리식품 특화매장 ‘요리하다키친’은 롯데마트가 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공간이다.
요리하다키친은 매장에서 직접 조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개방형 주방과 최대 180명이 취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떡볶이와 김밥, 치킨 등 대표적인 한류 음식뿐 아니라 베트남 요리와 스시 등 다양한 즉석 조리 식품을 만날 수 있는데 현지인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운 탓에 매장 곳곳에 자리를 펴놓고 먹는 고객들까지 있다고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김밥만 1천 줄 이상 팔릴 정도다.
박 부문장은 “요리하다키친 론칭을 앞두고 베트남 현지 셰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롯데마트 전문 셰프가 진행하는 상품 개발 교육도 진행했다”며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 된 한국 음식’이 아닌 진짜 한국 음식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 롯데마트가 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에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은 베트남 최초의 즉석 조리식품 특화매장 ‘요리하다키친’이다. 한류를 대표하는 음식을 맛보고자 하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뤄 매장 바닥에 자리를 펴놓고 음식을 먹는 고객들까지 생겼다. <비즈니스포스트> |
롯데마트 웨스트레이크하노이점은 9월8일 문을 열었는데 단 사흘 만에 베트남 16곳 점포 가운데 최상위권의 매출을 달성했다. 일 평균 방문자 수는 약 2만 명 수준으로 롯데마트 다른 베트남 지점의 주말 평균 방문자 수와 비교해 2배가 넘는다.
롯데마트는 서울 잠실 제타플렉스점에서 2021년 12월 처음으로 선보였던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의 해외 1호점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냈다.
강혜원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주류부문장은 “보틀벙커 해외 1호점인 이곳에서 한국술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며 “서울 잠실점과 서울역점과 비교해 매장 규모는 조금 작지만 한국 주류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평균 소득 수준을 살펴봤을 때 비교적 단가가 높은 와인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강 부문장은 잠재력이 상당히 높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은 맥주로만 따지면 소비가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드는 나라다”며 “한국이 소주와 맥주 중심에서 와인, 위스키로 진화했듯 베트남도 주류 소비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 롯데마트의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는 해외 1호점으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선택했다. 보틀벙커는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술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