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카드회사들이 미술시장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술시장은 지금까지 현금결제 영역으로 분류됐지만 카드업계에서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보고 단순 마케팅을 넘어선 노력을 쏟고 있다.
▲ 9월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행사장 부스 모습. 삼성카드는 키아프 작품 구매시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연합뉴스> |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에서 작품을 구매하면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미술품 구매를 위해 전용 한도를 최대 5천만 원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신한카드는 자체 쇼핑 플랫폼 ‘올댓(Allthat)’에서 미술작품을 구매할 때 3% 할인 쿠폰과 2~3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카드 이외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며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마이신한포인트 0.5%를 받을 수 있다.
미술시장은 그동안 현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시장을 넓힐 여지가 많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시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술시장이 대부분 현금결제 시장인데 고객들은 목돈을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카드는 자체 혜택도 있고 할부로 결제하면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결제수단을 넘어 직접 전시공간을 운영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는 전시 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 등 거장의 작품을 전시하며 관심을 받았다.
BC카드는 온라인에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페이지아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성장 속도는 더디지만 2022년 10월 출시한 뒤 약 6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억 원을 넘어섰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목표 지점은 MZ세대에 맞취지고 있다.
MZ세대는 최근 미술시장의 가장 큰 소비자로 주목받으며 미술시장을 향유하는 ‘아트슈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슈머란 미술(아트)에 소비자(컨슈머)를 더한 말로 소비 활동으로 문화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려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미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세대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방문객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63%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6%포인트 뛰었다.
구매력에서도 MZ세대는 미술시장의 ‘큰 손’으로 여겨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분석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에 따르면 MZ세대 전체 구매자는 2022년 기준 최근 3년 동안 평균 약 7.5점, 구매 총액이 높은 상위 구매자는 약 20.8점을 구매했다.
구입한 작품 가격 분포를 보면 MZ세대 전체 구매자의 33.7%는 500만 원 미만, 27.5%는 1천만 원 이상~5천만 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MZ세대 상위 구매자는 80.4%가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 나머지 19.6%는 5억 원 이상을 구매했다.
일각에서는 증여목적의 미술품 구매도 MZ세대의 구매력을 상승시킨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술품은 부동산 등에 비해 상속·증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 서울 신한카드 본사에 마련된 '더 프리뷰 아트위크 with 신한카드' 모습. <신한카드> |
다만 MZ세대가 미술품 구매의 주력 세대로 떠오르고 있으며 주로 카드로 미술작품을 결제한다는 사실은 카드업계의 시선을 끌어당긴 점으로 파악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미술시장에서 많은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다"며 "이들은 미술작품 카드 결제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술시장을 둘러싼 카드업계 경쟁은 더욱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 '함께' 미술시장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초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은 2021년보다 37.2% 늘었다. MZ세대 작품 취득 경로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트페어 매출액은 59.8% 증가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