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가 11월 취임 이후 부회장체제를 유지할까.
금융권에서는 향후 경영승계 등을 고려할 때 유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양 후보자가 임기 초반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양종희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로 회장을 보좌하고 회장의 내외부 주요 업무를 대신하는 동시에 경영승계와 연관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후보자 역시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제도에는 역사적 유례가 있다”며 KB금융이 과거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부회장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양 후보자는 은행장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놓고도 “은행장은 한 사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부회장체제를 둔 것”이라며 “부회장직을 통해 후보들이 은행뿐 아니라 그룹의 전반적 사업을 학습하고 파악했다”고 대답했다.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 가운데 부회장체제는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2곳이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이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오른 뒤에도 부회장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에는 부회장이 없지만 업계에서는 시기의 문제일 뿐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안정적 승계를 위해 향후 부회장직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애초부터 부회장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에 올라 임기 초반 부회장을 새롭게 둘 유인이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양 후보자가 취임 이후 곧바로 부회장직을 없애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KB금융이 부회장체제를 통해 바람직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부회장직을 없애는 일은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끊어버리는 일처럼 여겨질 수 있어서다.
부회장체제 유지 여부가 향후 윤 후보자의 연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회장직 폐지 결정은 불필요한 오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KB금융이
윤종규 회장시대 외형이 크게 확대된 점도 부회장체제 유지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자산 706조 원을 보유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2014년 말 308조 원과 비교해 약 10년 동안 2배 넘게 늘었다.
▲ 7월14일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KB금융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부회장 3명이 윤종규 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동철 부회장, 양종희 부회장, 윤 회장, 허인 부회장. < KB금융 > |
다만 양 후보자가 이런 부담에도 전략가적 기질을 발휘해 임기 초반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직할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앨 가능성도 있다.
현직 부회장들이 양 후보자와 동갑내기로 회장 인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점도 부회장체제 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KB금융은 현재
양종희 이동철 허인 부회장 등 부회장 3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양 후보자 시대 이동철 부회장과 허인 부회장의 역할이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 부회장은 경영승계 1순위로 꼽힌다. 양 후보자가 취임과 동시에 기존 부회장이 아닌 새로운 인사를 뽑아 부회장으로 올린다면 자연스레 시선과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지난해 3월 취임 직후에는
이은형 부회장 한 명만 뒀다가 연말 인사에서 3인 부회장 체제를 갖췄다.
이은형 부회장은 1974년생으로 함 회장과 비교해 연배가 한참 아래일뿐더러 지난해 회장 선임 당시
함영주 회장과 경쟁하지 않았다.
KB금융그룹의 규모가 커졌다고 하지만 양 후보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직할체제 운영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신한금융 역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지만
진옥동 회장이 부회장 없이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말 연결기준 자산 규모가 677조 원에 이른다. 706조 원인 KB금융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양 후보자는 11일 기자간담회에 부회장체제 유지와 관련한 질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양 후보자는 “저의 파트너로서 그룹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비롯해 승계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측면과 워낙 규모가 거대한 KB금융의 업무를 나눈다는 측면, 이런 점을 고려해 이사회하고 협의해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