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 집값 등 주요 국가 통계 작성에서 수년간 통계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검찰에 전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15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관련 수사요청 자료를 발표하며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감사원에서 한 중간 감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관 28명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했다.
수사요청 대상에는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포함됐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등도 포함됐다.
이 외에 감사원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7명에 대해서도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해 총 29명이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문재인 정부 집값 통계와 관련해 최 사무차장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때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사유를 보고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더해 추후에는 주중치도 실제 통계보다 낮게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유출·조작 정황이 후임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때까지 계속됐다고 판단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 원장 사퇴까지 종용하면서 압박을 이어가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주 동안은 조사를 생략하고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둔갑시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억지로 눌러놓은 통계는 현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2017년 5월 이후 5년 동안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집값 상승률을 19.5%로 집계한 반면 KB부동산이 집계한 상승률은 62.2%에 이르렀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조사 과정에 입력한 표본값을 사전 보고 뒤에 다시 건드리는 것은 분명한 통계법 위반이다”며 “자료와 증거를 통해 입증된 가장 객관적인 개입 사례만 94회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등에서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일부 표본 가격을 시세에 맞춰 수정했다. 이 때문에 상승률이 급등하자 다시 예전 집값을 오히려 높게 다시 입력하는 악순환도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부연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득과 분배, 고용 통계도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 정책실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제시한 뒤인 2017년 1분기에도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하자 통계청에 원인을 수차례 분석·보고하도록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7년 2분기에는 가계소득마저 감소세로 전환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가중치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소득이 높아진 것 같이 보이게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말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때 비정규직 급증이 예상되자 통계청이 언론에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만∼50만 명'이라고 설명하도록 지시하고 보도자료 문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사요청은 감사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어서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관련 실무자 징계 여부, 제도 개선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남은 최종 감사보고서를 최대한 이른 시일에 확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 정부 인사들은 감사원의 조사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인 ‘사의재’는 “이번 결과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