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추가 수쿠크 발행을 통해 해외투자자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쿠웨이트 소재 와르바 은행을 통해 1억 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한 뒤 이어 7월 1억 달러의 2차 수쿠크 발행을 성공했다. 사모사채 형태 수쿠크로 모두 2억 달러를 조달한 것이다.
백 사장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로 제시한 1조8천억 원을 이미 달성했지만 추가 수주를 위해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공사(6700억 원), 리비아 재건 발전사업(1조500억 원) 등을 수주했다.
특히 대우건설의 해외 거점시장(베트남·나이지리아·리비아·이라크) 가운데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이슬람 영향권 국가인 리비아와 이라크의 재건 관련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반기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 포 항만 해군기지(7천억 원), 알 포 항만 추가공사(금액 미정),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4천억 원), 리비아 발전 및 사회간접자본 복구(금액 미정) 등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정여력이 올라와 자체예산으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어 재건사업 발주의 가시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라크는 지난 6월 한국-이라크 공동위원회를 열고 재건사업에 한국기업 참여를 요청했다”며 “우크라이나보다 재건사업이 더 빨리 가시화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 포 프로젝트에서 중심업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수주만 40억 달러를 해냈다. 이라크 정부 의지가 높은 사업으로 2024년 안건까지 예산이 확보돼 대우건설의 꾸준한 수주가 기대된다
이라크 알 포 프로젝트는 2041년까지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에 위치한 알 포 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3단계로 구성되며 전체 사업비 규모는 53조 원가량이다.
리비아 재건사업을 향한 기대도 존재한다. 대우건설은 한국과 리비아가 수교하기 전인 1978년 리비아에 진출한 뒤 석유화학, 토목, 건축 등 다양한 공종에서 163건, 110억 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리비아 정부의 지속적 신뢰를 얻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인프라 공사인 스파인A 프로젝트(10억 달러)도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쿠크 채권 2차 발행 때 쿠웨이트 와르바은행 소매금융 투자자를 통해 2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등 투자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중동 금융시장에서 국내기업 최초로 수쿠크 발행에 성공한 만큼 해외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과거에도 이자 대신 상품대금 수수료를 제공하는 무라바하(Murabahah) 방식으로 이슬람 현지금융을 조달한 사례가 있다. 2017년 4월 카타르이슬라믹뱅크(QIB)와 3년 만기로 1억2500만 달러 대출 약정을 체결해 자금조달을 다변화했다.
이번에 대우건설이 발행한 수쿠크도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법에 따라 고안된 금융투자방식으로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Sharia)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증권으로 발행한 자금을 현물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자산담보부증권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수쿠크는 실물자산의 소유권과 이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에 청구권을 가지고 있어 현금흐름에 관한 청구권만 가진 전통 채권과 다른 특징이 있다.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산에서 나오는 리스료 또는 배당금 형태로 지불되며 원금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실물자산을 재매입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뿐 아니라 고유가 환경에 중동 국가들의 재정여력이 높아지면서 가스 및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동 발주처가 이슬람금융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수쿠크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발행 규모가 340억 달러였는데 현재 4조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 지난 5월 김대식 대우건설 금융담당임원(오른쪽)과 샤힌 알게넴 쿠웨이트 와르바은행 최고경영자가 수쿠크채권 발행 서명식을 진행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우건설>
수쿠크는 이슬람국가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효과 뿐 아니라 오일머니를 배경으로 이슬람금융이 안정적 자금 조달처 역할을 해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플랜트사업을 수주한 건설사가 사업진행을 위한 중장비 구입대금을 수쿠크로 조달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건설사는 플랜트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일부를 채권자에게 배당형태로 지급하고 채권이 만기되면 원금을 갚는 형태로 중장비 소유권을 채권 투자자로부터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수쿠크는 실물자산이 동반되어야 하는 제약이 있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점, 회계적으로 이자비용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세법상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서는 수쿠크 등 이슬람금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현예림 태평양 변호사는 6월25일 법무법인 태평양이 중동 로펌 알 타미미(Al Tamimi)와 함께 개최한 ‘2023 정동법률이슈체크-금융 및 건설분야’ 세미나에서 “최근 시장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이슬람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파생상품을 금지한 이슬람은행이 전통은행과 비교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국내로 자금이 유입되고, 제2의 중동붐이 확대되면서 이슬람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