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사진)이 14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그랜드오픈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플랫폼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바로 '즐거움'이라고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헬스케어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시장이다.
이 분야를 꽉 쥐고 있는 기업도 없을 뿐더러 잘 나간다고 주목받는 기업도 아직은 찾기 힘들다. 좋게 말하면 블루오션인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루오션에는 함정도 많다. 앞서서 길을 개척한 사례가 드물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만 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말로는 헬스케어를 외쳤지만 돈을 벌지 못한 채 여기저기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다.
대기업인 롯데그룹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 등 주력 산업에서는 강자로 통할지 몰라도 헬스케어 시장으로만 시야를 좁히면 롯데 역시 신입생이다.
롯데그룹이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2년 4월 별도법인으로 출범한 롯데헬스케어 경영진 역시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롯데헬스케어의 비전도 비교적 간단했다.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은 14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가) 출범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저희의 미션은 단 한가지였다”며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건강한 삶과 함께하는 생활 밀착형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캐즐은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캐즐은 ‘건강관리(Care)를 퍼즐(Puzzle) 맞추기처럼 즐겁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이름이다.
우 본부장은 캐즐에서 추구하는 고객에 대한 가치로 3가지를 꼽았다.
데이터에 기반해 나에게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는 것,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 가족과 친구, 지구와 함께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 등이다.
이 중에서 우 본부장이 강조한 것은 ‘즐거움’이었다.
우 본부장은 “건강관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며 “일례로 만약에 우리가 살을 빼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했을 때 첫 번째로 해야하는 것은 덜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불행히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맛있는 것이 가장 많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관리에 대한 여정 자체를 어떻게 즐겁게 할지 동기를 유지하느냐는 플랫폼의 성공 여부에 굉장히 중요한 사항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이런 이유에서 범용적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헬스케어라고 하면 실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쓰는 영역과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쓰는 영역으로 나뉜다.
환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든다면 의료 기관과 바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시적 성과를 빠르게 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 본부장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쏟는 헬스케어’ 영역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우 본부장은 “롯데헬스케어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 제공이 목표가 아니다”며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려면, 혹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을 수밖에 없지만 밖에서 석촌호수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잠재 고객이다”며 “‘다음 달에 결혼이 있어서 당장 5kg을 빼야 해’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든지 ‘머리가 빠지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는 20대 고객들의 헬스케어 니즈가 질환자들보다 낮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롯데헬스케어가 준비하고 있는 무기 가운데 하나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을 한 데 묶는 커뮤니티 기능이다.
우 본부장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전한 선수들이 3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이들은 특정 분야에서 최고로 운동을 잘 한다고 평가받았던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직접 1대 1로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관점에서 캐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 플랫폼이 꾸준하게 못하는 결정적 한계로 꼽히는 ‘귀찮음’에 대한 문제도 롯데헬스케어는 나름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운동을 했는지, 어떤 약을 먹었는지 직접 입력하지 않고도 음성을 통해 대화하듯 말하면 챗GPT 기능을 접목한 앱(애플리케이션)이 이를 직접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관리해준다. 챗GPT 기능은 내년 상반기 안에 공개된다.
캐즐이 범용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만든 캐즐의 또다른 특징은 철저하게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혼자서 길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하면 실수도 줄이고 보다 빠르게 성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18일 캐즐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11월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 2024년 3월 맞춤형 체중 관리 프로그램, 6월 두피 및 피부 관리 서비스, 11월 뇌건강 관리 서비스 등을 차례대로 선보이기로 했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외부 기업과 협력해 선보이는 것이다.
▲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세번째), 우웅조 사업본부장(왼쪽 세번째) 등이 14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그랜드오픈 미디어데이의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
문제는 이 사업을 통해 롯데헬스케어가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것이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지주가 지난해 4월 자본금 700억 원을 전부 출자해 만든 100% 자회사다. 롯데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롯데그룹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서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는 당분간 사용자 확보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말까지 사용자 100만 명 확보가 1차 목표다.
우 본부장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도 사업 매출도 목표를 잡지 않았다”며 “2025년 이후에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만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 사장은 “3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중장기 로드맵은 다 가지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가 수익화 모델로 살펴보고 있는 영역은 크게 DTC유전자검사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건강기능식품 판매 등으로 여겨진다.
DTC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검사를 말한다.
롯데헬스케어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건강검진데이터를 가져와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사용자의 데이터라는 점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더 세심한 건강 분석을 위해 필요로 하는 DTC유전자검사는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인당 5만 원대 정도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도 유료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에 기반해 사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건강기능식품도 롯데헬스케어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헬스케어는 우선 18일 캐즐의 공식 오픈에 맞춰 롯데헬스케어에서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 상품 26가지를 공개하기로 했다.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