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9-14 1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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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과 외연 확대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표심 결집과 함께 중도층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와 당지도부를 겨냥해 목소리를 키우는 비윤석열계(비윤)까지 품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월13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는 등 보수 대통합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과거에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통합의 메시지로 (외연을) 넓혀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김 대표의 행보가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반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TN 뉴스앤이슈에서 "총선이 어려워지니까 친박 인사들이라도 끌어안으려고 한 것"이라며 "선거용 쇼로 볼 수 있다"고 낮게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인 이철규 사무총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우리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이자 보수정당 대표를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과거 국정경험에 대한 말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별히 옳다 그르다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표는 전날인 13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예방했다. 50분가량 회동하며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과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취임 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만남의 의미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4월에만 해도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을 미루고 4·19 기념식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일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에 박 전 대통령탄핵사건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았던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을 함께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통령 또한 이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이 이뤄지면 보수 대통합에 커다란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취임 이래 보수 진영 대통령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보수 진영 통합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인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을 시작으로 4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방문, 5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진행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제가 당대표가 된 이후로 우리 당 출신의 역대 대통령을 찾아뵙고 또 돌아가신 분들 경우엔 흔적을 찾아가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보수당의 자취와 당의 뿌리를 재확인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과 함께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그는 12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를 예방하고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 등 10명과 비공개 오찬을 진행하는 등 범여권 인사와 접촉을 늘리고 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는 최초의 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 삼성 임원으로 화제를 모으며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으나 보좌진의 성폭력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 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는 등 초당적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와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는 과거 야권 출신으로 분류됐으나 현재는 범여권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사들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빅텐트가 세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12일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비윤계로 분류되는 당내 비주류 통합 문제는 여전히 김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8월31일 전남 순천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며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조찬회동을 갖는 등 ‘연포탕’을 다시 끓이며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비윤계의 중심인물을 향해서는 구체적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없어 비주류 통합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여의도 재건축조합’을 통해 평일에는 거의 매일 정책 관련 영상을 올리며 차근차근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이전에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여러 사건이 터진 것도 이들의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12일 경북 경산시에 있는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여당 대표의 역할론’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여당 대표는 본인이 무엇을 보고 당선됐느냐에 따라 그걸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김기현 대표는 ‘지지율 60% 달성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저는 평가할 수도 없다”며 김 대표와 각을 세웠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