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한국 시장에 등장한지 1년이 지났다.
큐텐은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까지 연달아 인수하면서 이른바 ‘티메파크’ 연합군을 형성했다. 여기에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물류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사진)이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인지 1년이 지났다. 구 대표는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등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기업을 단숨에 여럿 사들이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티메파크’의 영향력을 더욱 키워 오픈마켓의 강자로 손꼽히는 G마켓의 자리를 넘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1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모두 아우르는 회사로 덩치를 키우면서 한국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가장 빠르게 성과가 나오고 있는 회사는 티몬과 위메프다. 큐텐은 이 플랫폼들에 ‘내일배송’이라는 무기를 장착해 잃어버린 영향력을 되찾고 있다.
티몬이 3월 말부터 제공하고 있는 ‘T프라임’은 론칭 5개월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프라임은 티몬에서 오후 2시 이전 주문하면 ‘당일 출고, 내일 도착’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큐익스프레스와 협력해 만든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다.
티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T프라임의 거래액은 4월보다 18.4배 늘었다. 구매 고객은 같은 기간 8배 성장했다. 티몬이 현재 T프라임으로 제공하는 상품은 식품과 리빙, 뷰티, 패션, 디지털 기기뿐 아니라 해외 직구 상품 등 1만8천여 개다.
T프라임의 성공 방정식은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에도 그대로 이식돼 있다.
위메프는 티몬과 동일한 방식의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W프라임’을 4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W프라임 역시 론칭 이후 3개월 동안 주문 건수와 거래액이 각각 30배, 19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아이프라임이라는 이름의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를 4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큐익스프레스가 국내 내륙 물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이천에 QDPC이천이라는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큐익스프레스는 그동안 경기 김포와 인천 송도, 부산 등 해안가와 인접한 곳 위주로 물류센터를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하기 전만 하더라도 해외 직구 물량을 소화하는 데 사업 구조가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QDPC이천을 열었다는 것은 앞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보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프라임, W프라임, 아이프라임 서비스도 앞으로 QDPC이천을 통해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티몬 관계자는 “세 기업이 큐텐에 인수된 뒤 내부적으로는 가시적 성과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개발과 소비자만족(CS) 조직 일부를 통합해 조직 운영을 효율화하는 등의 성과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큐텐이라는 회사는 한국에서 매우 낯선 기업이었다. 티몬의 인수 주체로 큐텐이 떠올랐을 때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조차 어떤 기업인지 파악하는 데 분주했던 이유다.
하지만 큐텐의 창업자가 구영배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커머스업계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구 대표는 G마켓을 창업해 미국 이베이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을 지닌 국내 이커머스 1세대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 대표가 티몬만 가지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느냐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가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2000년대와 달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유행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에 의구심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구 대표가 큐텐을 통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까지 품에 안으면서 의구심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대, 1%대, 3%대로 추정된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이들을 한 데 모으게 되면 점유율이 단숨에 최소 7%대에서 최대 9%대까지 높아진다.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그룹의 SSG닷컴-G마켓의 뒤를 이어 국내 4위 규모의 덩치를 갖추게 된 셈이다.
▲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최근 경기도 이천에서 약 1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 'QDPC이천' 운영에 들어갔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에 부족했던 배송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QDPC이천 전경. <큐익스프레스> |
물론 세 플랫폼을 인수했다고 해서 의심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이들을 바짝 뒤쫓는 3위 기업으로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의 영향력도 견고하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가 수 년 전부터 활로를 찾지 못해 영향력을 대폭 상실했던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큐텐이 이들을 묶는 전략만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시각도 상당했다.
하지만 거래액과 같은 수치로만 봤을 때 큐텐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구 대표가 앞으로 오픈마켓 분야만 집중적으로 공략해 덩치를 키울 것이라는 시각도 이커머스업계에 상당히 많다. 오픈마켓은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말한다.
큐텐이 산하 플랫폼 3곳으로 쿠팡, 네이버, SSG닷컴-G마켓과 정면승부를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산하 플랫폼 3곳이 모두 오픈마켓에만 주력해왔던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에만 집중하면 승부를 내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구 대표가 국내에 오픈마켓 방식을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라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구 대표는 G마켓을 창업한 뒤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만들면서 국내 시장을 평정한 바 있다.
큐텐이 최근 11번가 인수를 추진한 것도 이런 해석과 맞닿아 있다. 11번가 역시 오픈마켓 중심의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최근 큐텐과 11번가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지지만 앞으로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커머스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큐텐이 오픈마켓에 힘을 쏟게 되면 다음 경쟁 대상은 G마켓이 될 가능성이 높다. G마켓은 현재 연간 거래액 15조~2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