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전 서울대학교 총장이 임기를 마치기 직전 교수들에게 1인당 500만 원씩 교육연구지원금을 풀었다. 서울대는 통상적 성과급이라고 말하지만 최근 총장선거에서 일어난 교수사회의 갈등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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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천 전 서울대총장(왼쪽)과 성낙인 신임 서울대총장 |
서울대는 최근 전임·기금교수들에게 1인당 500만 원의 교육연구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연구처장 이름으로 일제히 보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지원금 내용은 교육연구역량 지원사업비 250만 원과 교육연구장려금 250만 원이다. 지원금 지급대상은 7월1일 재직 기준 1931명으로 지원금 전체 규모는 96억5500만 원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에도 동일한 교육연구지원금을 지급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200억 가까운 돈을 교수들에게 푼 것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과거에 이런 적이 없었다”며 “어디서 이런 돈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례적 지원금 지급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는 “교수들에게 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연구지원금”이라며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오 전 총장이 공약했던 교수 연봉인상 목표를 임기중 달성하지 못해 지원금 형식으로 약간이라도 보전하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지원금 지원은 총장선출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교수사회를 달래기 위해서라는 견해도 설득력있게 나온다. 서울대 법인화 후 첫 간선제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한 시기와 지원금 지급시기가 묘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총장선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평가순위와 무관하게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선출하면서 서울대 교수들이 크게 반발했다. 간선제 선거방식이 투명성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 와중에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20일 정식으로 취임했다.
오연천 전 총장은 이보다 하루 앞서 19일 퇴임했다. 서울대는 오 전 총장 퇴임 하루 전에 교수들에게 지원금 지급 메일을 보냈다. 퇴임 전에 교수들을 달래기 위해서 지원금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신임 성낙인 총장은 선거과정에서 “교수들에게 1인당 500만 원씩 바우처를 지급할 것”이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오 전 총장이 성 총장 취임 전에 이 공약을 지켜 성 총장 취임에 대한 반발 분위기를 완화하려고 했다는 해석인 것이다. 한 교수는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알려지고 성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이 지원금은 서울대법인 예산 가운데 교원성과급 및 연구보조비와 발전기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금은 총장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교수 연구지원금보다 장학금이나 시설투자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 지원금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총장이 퇴임 전 교수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 총장의 전임자인 이장무 전 총장도 퇴임을 앞두고 교수들에게 총 40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퇴임을 앞두고 총장이 임의로 선심성 격려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