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9-11 14: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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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11일(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 참석한다. 사진은 9월10일(현지시각) 개막한 블리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행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Eastern Economic Forum·EEF)에서 만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전 동방경제포럼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 정상이 빈번하게 찾아 동북아 외교·안보·경제 협력논의의 핵심공간으로 부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4년 만에 해외 활동으로 동방경제포럼을 선택하면 이전과 다른 구도 속에서 다시금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일정 동안 장궈칭 중국 부총리, 파니 야토투 라오스 부통령등과 만나 회담을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대통령이 푸틴 3기 정부의 주요 정책인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15년 대통령령으로 창설한 포럼이다. 러시아 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직접 지원하는 3대 포럼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매년 9월 열린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중심 외교 기조 아래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옅어진 동방경제포럼이지만 과거 러시아와 관계가 중요했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정상이 참석해 동북아와 아태 지역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과 함께 동방경제포럼을 핵심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및 아시아·태평양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러시아의 새로운 발전방향으로 삼고 있는 푸틴 대통령인 만큼 의지를 갖고 행사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매년 9월초 모든 일정을 미루고 행사 기간 동안 행사장에 계속 머물며 참가국 정부 인사와 회담을 하고 기업 대표단과도 면담을 하는 등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관심 속에서 동방경제포럼은 단순히 경제 분야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 외교 분야의 다양한 현안 모두를 아우르는 포럼으로 성장했다.
2015년 열린 1차 포럼에선 남북한 장관이 예정 없이 만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측이 일정에 없던 외국 정부 대표단 모임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장관의 만남이 이뤄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상은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뒤 30분 정도를 나란히 걸으며 간단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9월3일(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9월에 개최된 2차 포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함께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차 포럼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한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발전과 실질 경제협력의 필요성, 동북아시아 지역 평화를 위한 한·러 파트너십 강화, 양국 사이 신사업 협력 방안 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포럼 기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6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 모두 24건의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7년 9월 열린 3차 포럼에는 26개국에서 정부 대표단을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도 직접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선포한 것이 이때의 일이다. 그는 철도, 전력, 가스, 북극항로, 수산, 농업, 조선, 항만, 산업단지 등 9개 사업영역을 ‘9-브릿지(Bridge)라고 명명한 뒤 해당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조를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9월 열린 4차 포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며 동방경제포럼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포럼 일정을 1주일 뒤로 연기하는 등의 안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021년 열렸던 제6차 동방경제포럼에서도 화상 방식으로 축사를 했다.
모디 나렌드라 인도 총리도 2019년에 열린 5차 포럼에 참석했다. ‘극동 개발의 지평’이라는 모토 아래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엔 65개국에서 85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제5차 동방경제포럼은 2016년 이래 매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온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포럼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4차 포럼에 이낙연 총리, 5차 포럼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는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내왔다. 5차 포럼에서 홍남기 부총리와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가 만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2020년 포럼은 열리지 않았고 2021년 9월 6차 포럼이 열렸다. 포럼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고 우리 정부에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올해 포럼에는 50여 개국에서 약 7천 명이 참석한다. 중국, 인도, 라오스, 미얀마 등 10여 개국에서는 정부 사절단도 파견했다. 코로나 이전의 규모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300개가 넘는 중국기업이 참가하며 러시아 시베리아 투자를 향한 중국기업의 관심이 드러났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7일(현지시각)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발전과 경제협력의 장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 동방경제포럼은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치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잊혀진 행사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열린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장·차관급 고위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주러시아대사관 및 주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 관계자들만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현재의 한국과 러시아 관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감안할 때 고위급 인사를 동방경제포럼에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20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23억 달러(약 3조 원 규모)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와는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무력 사용 금지를 확고한 법 원칙으로 정립해 왔다”며 “이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