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윤미향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전주혜 의원은 ‘윤미향 의원 징계안 제출을 놓고 대통령실과 사전 공감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히 대통령실과 사전 공감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윤미향 의원의 반국가행위는 매우 명백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전날(3일)에도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며 “국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반국가단체와 함께한 윤 의원 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5일 광복절 축사를 시작으로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향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8월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8월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는데 뒤로 가겠다고 그러면 안 된다”며 진보와 보수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8월2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문제와 관련해 “뭐가 옳고 그른지 한번 생각해보라”며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하겠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필요하다면 해야한다는 태도를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선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전쟁에 적극 호응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태도를 유지한 바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육사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제외하고 공개회의 석상에서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월3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 국방부와 육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일반 대중이 보기 어려운 육사보다 출입이 자유로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공적을 기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범도 흉상 문제가 정치 쟁점화 되는 일도 피했다.
김기현 대표는 1일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질문을 받자 “이미 입장을 다 밝혔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재옥 원내대표 또한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 질문에 “당론으로 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소신 발언을 하는 이도 있다.
당 지도부이자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사무총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했음이 명확하다”며 “볼셰비키즘을 신봉하고 동족을 향해서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적으로 돌렸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군의 사표(師表)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전쟁에 참전하는 일이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월29일 당 연찬회를 마친 뒤 “정부가 최근 이념 공세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에서 “누군가는 (윤 대통령에게) ‘지금 망토 안 입고 계세요’라고 계속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윤핵관들이 ‘이런 망토 처음 본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어 망토 좋은 거 입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