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휘 기자 breeze@businesspost.co.kr2023-09-03 14: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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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계의 공세에 맞서 고성능 전기차배터리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최 사장은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 제품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지켜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계의 공세에 맞서 고성능 전기차배터리 제품군을 강화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지켜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면서 한국 배터리업계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값싼 LFP 배터리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전체 판매 차종에 LFP 배터리를 채택했고 포드도 내년까지 일부 차종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업체 고션(Gotion)과 CATL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등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앞다퉈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배력에 대해 ‘대적할 상대가 없다’고 평가하는 등 중국은 배터리 업계에서 영향력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23%던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203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싼 삼원계 배터리 위주인 국내 배터리업계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전략을 펼쳐온 삼성SDI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고부가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최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고 고성능 전기차배터리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이뤄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지난해 7월 삼성SDI 52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삼성SDI가 글로벌 톱티어(최고)가 되려면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삼성SDI는 8.7%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보다는 수익성 중심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전략에 따라 삼성SDI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성능 배터리제품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해 왔으며 특히 P5 배터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에 힘을 쏟아왔다.
P5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8%가 넘는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는 20%가량 높이고 재료비는 20% 이상 낮춘 제품이다. 에너지밀도란 배터리 무게에 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배터리가 포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해당 밀도가 높을수록 차량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최 사장은 차세대 제품으로 P6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P6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91%로 늘려 에너지밀도를 10% 넘게 추가로 늘리고 재료비도 대폭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에너지밀도는 가파르게 커지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소비자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사이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탓에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완성차 기업들은 가격 상승의 부담이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주행거리가 길고 성능이 뛰어난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배터리 시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업체의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고가의 배터리 중심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프리미엄 전기차의 경우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비교적 낮아 삼성SDI의 고가 위주 전략에 힘을 싣을 수 있다.
실제 삼성SDI의 자동차배터리 제품들은 유명 수입 명품차들에 지속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P5 배터리는 현재 BMW의 i4, i7, iX에 탑재되고 있으며 기타 제품들도 아우디 e-트론, 리비안 R1T/S 등에 탑재되면서 삼성SDI의 실적 견인에 기여하고 있다.
▲ 삼성SDI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성능 배터리제품 생산·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특히 P5 배터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에 힘을 쏟아왔다. 사진은 6월14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삼성SDI가 전고체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배터리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 삼성SDI >
이러한 명품 전기차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iX는 2023년 차종 기준 최대 1억4990만 원에 판매됐고 e-트론도 올해 최대 가격 1억4310만 원을 기록했다.
통상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급 완성차 업체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는 만큼 삼성SDI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매출 5조8406억 원, 영업이익 4502억 원을 거두며 7.7%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8조7735억 원, 영업이익 4606억 원을 기록하며 약 5.2%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이 약 3조 원 가까이 많았지만 삼성SDI와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내는 등 삼성SDI의 수익성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삼성SDI는 이러한 고성능 제품 전략에 힘입어 향후에도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BMW와 아우디 등 주요 고객사들의 P5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판매 호조와 리비안에 납품하는 원형전지 출하량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며 “올해 3분기도 자동차전지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금융조사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4년 매출 28조4238억 원, 영업이익 2조688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실적 예상치보다 매출은 19.05% 늘고 영업이익은 34.64% 증가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이러한 실적 호조에 힘입어 향후에도 고성능 배터리에 집중하며 배터리 성능개선 위주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고성능 차량용배터리 사업은 하반기에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SDI는 북미 전기차 고객사 리비안에 주행거리가 높은 고성능 차량용 전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차기 신제품도 주행거리 향상에 맞춰 에너지밀도 증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