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후발 저비용항공사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국제선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항공 등 후발 저비용항공사들이 각자의 전략대로 국제선 운항을 늘리고 있다.
국적 저비용항공사 9곳 중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19가 퍼지는 동안 전혀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 국제선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3일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 3곳의 국제선 확대 기조를 살펴보면 항공사별로 차별점이 눈에 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유럽 등 대형항공사(FCS)의 무대인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취항을 노리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2017년 설립된 후 2021년 12월 첫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2022년 7월 인천~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취항하며 장거리 노선에 본격 진입한 뒤 현재 미국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취항지를 늘려왔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음달 11일부터 12월 말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주 2회 전세기를 운항한다. 12월3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는 하와이에 주 4회 비정기편을 띄우는 등 에어프레미아의 향후 운항 노선들도 장거리 노선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성사 여부에 따라 장거리 노선을 손쉽게 거머쥘 수도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수합병 이후 독과점이 발생할 인천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의 새로운 진입자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해 기체로 운항 가능거리 1만5500km의 B787-9드림라이너를 선정하고 2024년 4대를 추가 도입해 운항기재를 9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규 기재도입에 필요한 자금은 올해 실시 예정인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다.
에어프레미아의 장거리 노선 전략에는 대형항공사들과 비교해 저렴한 비용구조를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기체 보유대수가 부족해 매일 운항이 불가능하고 예기치 않은 기체 고장 발생 시 대체편 마련이 어렵다는 점, 상용 수요가 시장에서 쳐져 있다는 점은 에어프레미아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이사는 올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기회지만 회사를 최초 설립할 때의 고려사항은 아니었다”며 “합병을 계기로 에어프레미아가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 좋고 무산되더라도 원래 세운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방공항을 거점삼아 국제선 운항에 힘을 주는 항공사도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16년 설립된 뒤 2023년 7월 청주~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8월 도쿄, 9월 타이페이 등 청주발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청주발 국제선 노선을 올해 말까지 8개국, 13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주공항의 국제선 취항 예정계획을 살펴보면 △9월 일본 후쿠오카, 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마카오 △10월 일본 구마모토, 필리핀 클락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12월 일본 삿포로, 베트남 다낭, 중국 싼야, 필리핀 마닐라 등 단거리 관광노선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향후 청주공항에 취항하는 국제선의 대부분은 에어로케이항공이 운항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에어로케이항공이 올해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청주~마닐라 △한국~러시아 등의 운수권을 배분받은 만큼 향후 이들 노선에 취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추가 운항을 위해 연말까지 여객기를 6대까지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2일까지 4호기까지 도입했고 현재 5호기는 도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청주공항은 충청권 유일의 공항으로서 수도권남부의 수요까지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청주공항 활주로를 공군이 함께 쓰고 있어 민간항공사는 운항 횟수를 제한받는다는 점은 취항계획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민간항공사에 배정하는 슬롯을 늘려달라고 정부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지방공항은 이용수요는 적지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운임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에어부산이 올해 2분기 국내 저비용항공사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한 것은 에어로케이항공이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김해공항은 인천공항과 비교해 운항편수는 적지만 경쟁사가 적어 여객운임 하락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며 “김해공항에서의 점유율(2분기 운항편수 및 여객수송실적) 유지는 에어부산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스타항공은 옛 명성과 기존 국제선 운수권 및 슬롯 등을 기반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국내 세 번째 저비용항공사로 설립됐다. 2019년 국제선 여객수송 실적 3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주요 저비용항공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으로 2020년 운항이 중단됐다가 올해 1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인수돼며 올해 3월 운항이 재개됐다.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재운항 일정을 살펴보면 2일 △김포~타이페이를 시작으로 20일 △인천~도쿄 △인천~오사카 △인천~방콕 △인천~다낭 등이다. 10월에도 △인천~후쿠오카 △인천~베트남 나트랑 등으로 국제선 빠르게 복원될 예정이다.
운항 중단 이전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이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사업 회복에 속도를 붙이는 것이다. 규정대로라면 운항중단이 길어지면서 운수권을 반납해야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조건부로 유지를 허용해줌으로서 이스타항공은 핵심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취항지 확대를 위한 기체 도입 작업도 순조롭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5일 7호기로 B737-8을 도입했는데 이달 초 같은 기종을 8호기로 도입해 B737-8 기종 비율을 늘리려고 한다. B737-8은 연료소모 효율이 이스타항공이 기존 6호기까지 사용해왔던 기체 B737-800NG보다 15% 높다.
세 항공사의 국제선 확대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의 주요 저비용항공사들과의 여객 운송실적 차이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2023년 7월 국제선 여객 운송실적을 살펴보면 에어프레미아 7만5천 명, 에어로케이항공 1만4만 명으로 제주항공은 67만 명, 티웨이항공은 50만 명, 진에어는 47만 명 등과 아직까지 큰 차이가 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