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블레즈 사장이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전략을 밝히고 있다. <르노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올해 신차 공백으로 극심한 국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과감한 카드를 빼들었다.
대표 볼륨 모델의 가격을 내리는 초강수를 두는 것이다. 드블레즈 사장의 결단이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 반등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블레즈 사장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르노 익스피리언스'를 통한 제품 및 마케팅 강화 방안과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밝혔다.
르노 익스피리언스는 제품 및 기술,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 업데이트와 시승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제품 경험 기회를 제공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르노코리아는 9월부터 '밸류 업'(가치 높이기)를 테마로 한 두 번째 르노 익스피리언스를 선보인다. 이는 QM6, XM3 등 주요 볼륨 모델들의 상품성을 개선하고 세그먼트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첫 르노 익스피리언스를 진행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이번 르노 익스피리언스의 키워드는 가격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코리아는 내수 판매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QM6 가격 인하를 9월부터 단행한다.
LPG 모델인 QM6 LPe 기본트림은 기존 가격보다 91만 원 내린 2840만 원에 판매한다.
이에 지난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동급의 토레스 1.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는 12만 원, 토레스 1.5 바이퓨얼(가솔린+LPG) 모델보다는 342만 원이나 시작 가격이 싸진다.
또 QM6 LPe RE트림은 시작 가격을 195만 원, 1열 이외 공간을 모두 적재함으로 구성한 QM6 퀘스트 2.0 LPe는 185만 원 낮춰 각각 3170만 원, 2495만 원에 판매한다.
아울러 올해 초 출시한 2인승 밴 개념의 QM6 퀘스트는 공간 활용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존 2열 하단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언더 플로어 스토리지'를 탑재한다.
르노코리아는 소형 SUV XM3 2024년형을 출시하면서 섬세한 디자인 변화를 주고 360도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 첨단기능이 새롭게 적용한다.
특히 XM3 판매량의 66%를 차지하는 1.6 GTe 모델에는 최상위 트림인 인스파이어를 새로 추가한다. 해당 트림에는 9.3인치 이지커넥트 인포테인먼트시스템과 1열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 등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가격은 2680만 원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XM3 인스파이어 트림을 놓고 '이 신규트림이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XM3는 기본 트림 시작가격이 2023만 원으로 국내 시판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 밖에 이번 르노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XM3, QM6, SM6 등 모든 모델에 초미세먼지 고효율 필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내수 판매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 르노코리아의 국내 판매량은 1만2270대로 전년 동기(2만6230대)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이는 국내 5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올 6월 그랜저 1차종의 월간 판매량(1만1528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부진의 원인으로는 신차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광장에 마련된 '르노 시티 로드쇼' 전시 및 시승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
현재 드블레즈 사장은 내년과 2025년 2종류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개발하는 '오로라 프로젝트'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전까지는 마땅한 신차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3월 디자인을 소폭 변경한 QM6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신차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올해 1~7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58.8%나 꺾였다. QM6는 올해 3번째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2016년 출시된 1세대 모델로 여전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이날 오로라 프로젝트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중형SUV 하이브리드차(오로라1)를 개발하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오로라 프로젝트는 애초 계획한대로 진행되고 있고 다음달 쯤에는 첫 프로토타입이 나올 것"이라며 "포테인먼트, 공간감, 디자인 등 3가지 요소에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에는 오로라2 모델인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도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하이브리드 신차들은 국내시장뿐 아니라 르노코리아의 수출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로라 프로젝트가 첫번째 결실을 볼 때 까지 1년 여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가격을 내리는 강수를 둔 드블레즈 사장의 이번 결단이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 반등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드블레즈 사장은 "신차가 있다면 신차에 맞는 전략을 펼치겠지만 신차가 없는 상황에선 파인 튜닝(미세조정)이나 상품성 개선, 가격조정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며 "밸류 업을 위한 가성비 전략은 지금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