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복귀하면서 서울 핵심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다.
부영그룹은 임대주택사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서울 용산과 성수, 인천 송도 등에 땅을 매입해 아파트, 호텔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사업이 보상문제, 법적분쟁 등으로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데 오너 회장 복귀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복귀하면서 서울 핵심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부영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일선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호텔·리조트 등 개발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지주사 부영 지분 93.79%를 보유하고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성수 뚝섬호텔 등 실질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영주택 지분도 부영이 100% 쥐고 있다.
부영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사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이 회장 1인 지배구조의 그룹이다. 사업경영에도 이 회장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호텔, 테마파크 건설 등 개발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 회장이 의욕을 보인 인천 송도 테마파크사업만 해도 2016년 개발계획 초기부터 자금 72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6월 부영주택 신용등급 평가보고서에서 “부영주택은 최근 신규사업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자금소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호텔·레저사업은 초기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이 필수적이고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앞으로 자금 투입 규모와 투자성과에 따른 재무부담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일반 분양사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낮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데다 보유 부동산자산 등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말 기준 총 차입금도 3조8천억 원으로 2019년 말 6조 원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분양수익이 급감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 부영주택은 최근 2년 매출이 줄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부영주택은 2020년 매출이 2조4559억 원에 이르렀지만 2021년 1조6744억 원, 2022년 556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등에는 오너경영인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이 개발사업들에 보상문제, 법적분쟁 등 복잡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내외적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건설업계 전반적 위기 상황에서 부영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영그룹은 현재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부지, 한남근린공원 부지, 성동구 서울숲 부지,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 인근 부지 등 서울 핵심지 땅을 비롯해 인천 송도 테마파크 부지 등을 확보해 아파트, 호텔 등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부영그룹이 보유한 용산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 위치도. <서울시>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부지는 한강로3가 65-854번지 대지면적이 4만6524㎡(1만4073평)에 이르는 땅이다. 서울지하철 용산역, 신용산역, 이촌역에 인접한 데다 한강 조망권을 보유한 입지로 부영주택이 2014년 국방부로부터 매입했다.
용산 아세아아파트는 최고 32층 높이 아파트 13개 동, 969세대로 건설될 계획인데 일반분양 물량이 819세대에 이르러 청약시장의 관심이 높다. 조 단위 분양매출이 예상되는 알짜 사업장이다.
부영그룹은 2021년 2월 용산구청으로부터 특별계획구역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착공만 남겨두고 있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2024년 6월 준공이 목표였으나 부지 내 미보상 토지를 두고 소유주들과 소송전으로 부지 매입 뒤 9년이 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다.
같은 시기 매입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등 고급주택가 인근의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서울시와 소송으로 사업 추진 가능 여부도 미지수다. 이 부지는 1979년 도시계획상 공원부지로 지정됐지만 장기 미집행으로 공원시설 해제가 유력한 땅이었다.
부영주택은 이 부지에 고급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2015년 서울시가 한남근린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연기됐다.
부영주택은 서울시의 공원계획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지만 패소했다. 그 뒤 공원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소송에도 졌지만 항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 송도 테마파크 사업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부영그룹은 송도 테마파크 사업을 두고 폐기물처리, 오염토 정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 이슈 등을 두고 논란이 있었고 테마파크 사업보다 아파트 분양을 통한 개발이익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영은 2009년과 2012년 각각 사들인 서울 성수동 서울숲 부지, 중구 소공동 부지 등의 호텔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구 호텔부지는 소공동 112-9번지 일대로 남쪽으로 한국은행이 북서쪽으로 웨스틴조선호텔이 자리잡고 있는 알짜배기 땅이다. 부영은 이 부지에 27층 높이 850실 규모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공동 호텔사업은 2021년 부지 인근 근현대 건축물 원형보존 문제 등에 따른 문화재청과 갈등도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사업추진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성수동 서울숲 호텔부지는 성수동1가 685-701번지로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다. 부영주택은 이 곳에 49층 규모의 고급호텔과 주상복합 공동주택 2개동을 함께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임대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먹거리사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 부영주택은 최근 5년 매출에서 분양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이른다.
부영그룹은 2023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순위가 3계단 내려앉으면서 8년 만에 재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지난해부터 공정자산총액도 역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