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실력을 증명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상반기에 실적이 부진했는데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러시아 전쟁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실력을 증명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LG생활건강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외부요인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수장 취임 반 년이 지난 하반기 실적으로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이 사장이 취임 이후 반 년을 지난 하반기에 해외 사업 재정비와 화장품 리브랜딩을 통해 실적 반등의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27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개선을 바라보고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잘되고 있는 사업은 강화하고 부진한 사업은 정비하며 진일보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며 “하반기에 당장 실적이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보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대표는 2023년부터 LG생활건강의 대표를 맡고 있다. LG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았다.
이 대표 취임 이후 LG생활건강은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077억 원, 영업이익 1578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27.1% 각각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로 봤을 때는 매출 3조4914억 원, 영업이익 303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0.5%, 영업이익은 22.5% 각각 줄었다.
이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LG생활건강의 저조한 성과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LG그룹 첫 여성 CEO에 대해 실망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다.
LG생활건강이 이 사장의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선임 소식을 전할 때 내부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회사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평가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사장이 취임하고 반 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수장에 오른 뒤 적어도 반 년 정도는 사업 전반을 탐색하고 해결책을 찾는 시기라고 볼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평가들을 감안할 때 하반기는 이 사장이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어떤 실적을 보여주느냐, 혹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이 사장의 평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을 위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사업 재정비는 해외 사업 재정비와 화장품 리브랜딩 등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해외 사업 전략을 재설계했다.
우선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력 브랜드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일부 라인을 리뉴얼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인수합병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온 북미 시장에서는 본격적 사업 전개를 위해 2019년 8월 인수한 더 에이본 컴퍼니의 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인수한 법인을 통해 유통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존에 진행해온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뷰티 트렌드에 맞춰 LG생활건강 브랜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고비용 구조의 매장을 축소하고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 이 대표는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을 위해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해외 사업 재정비와 화장품 리브랜딩을 축으로 사업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는 후의 제품사진. < LG생활건강 > |
화장품 리브랜딩은 브랜드 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후는 럭셔리 브랜드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효능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며 제품력을 보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후의 새로운 라인 로얄 레지나도 출시됐다.
숨 37℃은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클린 뷰티로 리빌딩하면서 MZ세대로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씨엔피(CNP)는 현대인의 민감성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신규 라인을 출시하는 등 피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LG생활건강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은 힘들 것이란 의견도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28일 보고서에서 "LG생활건강은 하반기부터 후의 리브랜딩과 마케팅 활동 강화, 국내외 채널 정비에 돌입할 계획으로 단기 실적 향상은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을 놓고 LG생활건강 내부적으로는 외부 영향이 컸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생활건강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건 외부요인이 더 크다”며 “어떤 대표가 왔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