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특허괴물들의 특허소송이 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허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시장에서 자동차와 IT기술의 융합 등 특허전쟁이 예상되는데 현대차의 특허 보유건수가 경쟁기업에 뒤쳐져 향후 발목이 잡힐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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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23일 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모두 45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도요타자동차(70건)보다 낮은 수치였지만 GM(39건)과 폭스바겐(24건) 등 다른 완성차기업의 특허소송 건수를 웃돌았다.
현대차가 휘말린 특허소송 건수는 점차 늘고 있다. 2011년 7건에 불과했던 특허소송 건수는 지난해 18건으로 늘었다. 같은기간 도요타가 28건에서 16건으로, 폭스바겐이 13건에서 5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의 특허소송 증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그린카와 스마트카 등 미래 자동차 등장과 맞물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관련 특허 중 IT 융합기술 관련 특허는 10년 전만 해도 연간 한두 건에 불과했지만 최근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특허소송에 대한 사전대비 노력이 부족한 점도 현대차가 특허소송에 휘말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에어백 쿠션, 에어컨 압축기, 전기절삭기 등 회피설계를 통해 특허소송을 피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해서도 소송을 당하고 있다.
현대차는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손해배상금을 물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11월 크리어위드컴퓨터스가 제기한 온라인 견적 시스템과 관련한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124억 원을 물어냈다.
2011년 3월에도 어피니티랩스오브텍사스가 낸 차량 오디오시스템 관련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29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금과 함께 해당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 한 대당 1만5천 원 상당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다.
두 건의 특허소송은 모두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제기한 소송이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 현대차가 특허괴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는 특허괴물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기업들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특허 선점에 각축전을 벌이면서 ‘애플 대 삼성’처럼 기업 간 특허분쟁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현대차의 특허 경쟁력은 경쟁기업에 비해 뒤쳐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기준 현대차가 보유한 자동차 관련 특허 보유 건수는 미국 특허등록 기준 1893건이었다. 이는 도요타(8394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도요타가 쳐 놓은 특허 그물에 걸려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도요타는 1997년 1세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무더기 특허 출원을 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기업 톰슨로이터가 지난달 발표한 ‘2014년 혁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보유한 대체연료 차량 특허는 535건이었다. 도요타(2529건)와 혼다(635건)의 보유건수에 크게 못 미쳤다.
현대차가 시장선점을 꾀하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시장에서도 특허 경쟁력 부족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은 2012년 초 자동차 특허경쟁에 대비해 남양연구소 산하 특허팀을 특허실로 격상했다. 당시 정의선 부회장도 "(특허실 인력을) 최대 3배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특허 경쟁력 강화에 오너가 직접 나선 셈이다.
그러나 특허 전문인력은 2012년 70명에서 2013년 80명으로 느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 2월 현재 80명의 특허 전문인력을 단계적으로 150명 수준까지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단기간에 두배 이상 확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최대 10년을 바라보고 두배 이상으로 특허관련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완성차기업들은 특허전쟁 앞두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도요타의 특허 전문인력은 2013년 이미 160명을 넘어섰다. 현대차가 계획대로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