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3-08-2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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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풀린 유동성을 흡수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과도한 긴축경계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을 의식하며 오는 9월을 기점으로 한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리인상 중단 나아가 인하로의 정책 변화가 가져올 나비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발 경기침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장기침체 시나리오(L자형, 상저하저)에 시의적절한 통화관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긴축 막바지에 다다른 국내외 정책당국, 시장, 업계의 분위기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2년여 물가와의 전쟁, 고금리와 ‘헤어질 결심’ 기로에 선 미국 ② 부채 역습에 경기침체 그늘, 한은 금리 선택지 줄어든다
③ 이자이익 잔치 사실상 끝났다, NIM 하락에 대응책 골몰하는 시중은행
④ 금리 상승곡선 꺾이면 2금융권은 웃는다?, 조달금리 숨통 이면 촉각
⑤ 금리인하 관련 상품 준비 분주한 금융투자업계
⑥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가상화폐 시장 기대감 커진다
⑦ 고금리시대 종언이 바꿔놓을 금융투자시장 판도는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의 끝자락을 향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는 가운데 부채의 질이 악화되면서 고금리 유지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수출 회복 속도 지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도 '매파 성향'을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 한국은행이 금리를 놓고 선택할 폭이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당장 24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도 미국의 긴축 기조에 따른 원화 약세보다는 국내 경기 흐름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발 위험으로 국내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와 한은이 긴축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들어 앞다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온 가운데 중국 부동산발 위험도 불거져 이른바 ‘상저하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헝다에서 비롯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글로벌 경기에 그림자를 드리운 가운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들어 수출 개선세가 더뎌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한동안 중국발 리스크는 국내 경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8월 들어 20일까지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중국발 리스크 확산에 따른 국내 수출 경기회복 지연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방리스크이자 원화 추가 약세 요인이다”고 분석했다.
수출 아닌 국내 경제 내부 요인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으로 대출 연체율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의원실을 통해 최근 여러 자료가 쏟아졌는데 20대의 워크아웃 숫자 급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 감면을 받은 20대 이하는 4654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대 수준이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부채 문제도 국내 경기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8월 초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재무제표 공개 대상인 외감기업 2만3273곳 가운데 돈을 벌어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지난해 말 기준 3017곳으로 1년 사이 241곳(8.7%)이 증가했다.
결국 한은의 금리인상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는 점에서도 금리인상을 선택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정책목표인 2%대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