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뮤 시리즈로 알려진 게임명가 웹젠이 게임 출시전략을 바꿨다. 뮤 IP를 활용한 자체제작은 잠시 접어두고 서브컬처 게임의 본가인 일본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확실한 게임을 발굴해 코어팬층을 직접 겨냥하려고 한다.
김태영 웹젠 대표는 단기적으로 가라앉은 실적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스튜디오체제로 전환하기 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서브컬처 게임시장에 기대고 있는데 과감한 결단을 통해 새로운 전략에 힘을 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가 실적반등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
22일 웹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의 통화에서 차기작 라그나돌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출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말을 삼갔다. 이 관계자는 "사업적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만 답했다.
라그나돌은 일본 게임기업 Grams가 개발하고 웹젠이 국내에 퍼블리싱하는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이다. 서브컬처 게임이란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미형 캐릭터를 수집, 육성하는 게임장르를 말한다.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해도 보통은 더 많은 팬층, 특히 미래 고객인 청소년층을 확보하기 위해 15세나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건다.
넥슨이 2022년 출시한 블루아카이브는 청소년이용불가, 15세, 12세까지 3개의 빌드로 게임을 출시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자발적으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선택했다는 것은 선정성과 사행성에서 빗장을 풀겠다는 뜻일 수 있다.
더 자극적인 일러스트와 연출을 적용해 서브컬처 장르 팬들을 빠르게 끌어모으고 현금아이템 거래도 풀어 아이템 판매를 통한 수익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몇 년 뒤의 잠재고객이 돼줄 12세와 15세 청소년층 이용자 유입은 줄어들수 있지만 실제 수익원이 돼줄 20~30대 코어팬층을 단기간에 집중공략해 수익화하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웹젠의 게임 출시전략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웹젠은 기존에 뮤 IP를 활용해 자체제작해오던 시스템을 잠시 후순위로 두고 해외 서브컬처 게임을 발굴, 퍼블리싱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웹젠은 2023년 1월 자회사 웹젠블루락이 개발하고 있었던 뮤 신작 개발을 2024년으로 연기했다. 대신 2023년 하반기에만 라그나돌, 그리고 또 다른 일본 서브컬처 게임인 '어둠의실력자가되고싶어서!'를 연이어 출시하기로 했다.
동일 장르의 게임을 연이어 출시하는 것은 카니발라이징 효과때문에 자충수가 될 수 있으나 두 게임 모두 타깃 시장이 크지 않고 팬층이 명확히 구분된다면 모두 흥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차차기작인 어둠의실력자가되고싶어서!의 경우 원작 소설작품을 기반으로 해 독자적인 팬층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웹젠은 2023년 7월12일 라그나돌의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
웹젠의 이같은 전략변화 이유로는 실적부진이 꼽힌다. 웹젠은 2020년 이후 매년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신작 개발도 몇 차례 중단되면서 회사 내외부에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웹젠의 2020년 매출은 2940억 원, 영업이익은 1082억 원이었으나 2021년 매출 2847억 원, 영업이익 1028억 원으로 실적이 소폭 후퇴했다.
2022년 실적은 더 나빠져 매출은 2421억 원, 영업이익은 830억 원에 그쳤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17.7%, 영업이익은 23.3% 줄어들었다. 국내 일부게임사들이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비교된다.
신작 개발도 2022년 2월 MMORPG '뮤오리진3'을 내놓은 이후 소식이 없었다. 현재
김태영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 줄 신작개발을 위해 개발자회사들을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해 스튜디오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튜디오체제가 안착해 새로운 흥행작들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김태영 책임론이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김태영 대표로서는 확실하게 실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