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해운회사 HMM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마감이 다가오고 있으나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대했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각 속도조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내 최대 해운회사인 HMM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중견회사들과 해외 해운회사에서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들 회사가 강 회장이 생각하는 HMM 매각을 통한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강 회장은 HMM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적합한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매각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21일까지 HMM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서류 신청을 받은 뒤 심사에 들어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예비입찰 마감 뒤에 8월 중에 1차 적격자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격자가 선별된 이후에는 2개월간 실사를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예비입찰 마감이 다가오면서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림그룹과 SM그룹, LX그룹, 동원그룹,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 중견회사들이 HMM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해운사인 하파크로이트도 최근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에서 투자설명서를 수령해 간 것으로 전해진다. 하파크로이트는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 기준 세계 5위 수준의 회사다.
이처럼 HMM 인수전이 뜨거워지고는 있지만 강 회장이 기대했던 '고래급 인수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하고 KDB생명 입찰에 하나금융그룹이 참여했던 것과 같이 HMM 입찰에도 이에 비슷한 규모의 대기업이 참여하기를 기대했을 수 있다.
강 회장은 국내 경제와 해운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에게 HMM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실망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금 동원 및 경영 능력이 있는 주체가 인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기업들은 강 회장이 세워놓은 인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중견기업들의 경우 HMM을 인수하기 위한 충분한 대금을 지불하기에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HMM 인수에 가장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SM그룹의 경우 정부가 HMM 영구채 전환권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4조5천억 원 규모의 인수대금을 지불한 뜻을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SM그룹의 태도를 두고 HMM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인수대금을 흥정해 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단계적으로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공언해 놓았기 때문에 HMM의 최종 매각가격은 이들 국내 중견기업들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과거 쌍용자동차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면서 인수계약이 무산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을 갖춘 회사에 HMM을 매각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은 HMM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적합한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매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강 회장이 국내 중견회사를 제치고 해외 해운회사의 품에 HMM을 안길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국내 최대 해운회사를 해외에 매각한다면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부를 유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HMM의 새 주인으로 해외 기업을 선택한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에 강 회장은 이번 입찰에서 충분한 자금 동원 및 경영 능력이 입증된 회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적격자를 선택해 입찰을 강행하기보다는 매각 속도를 늦출 수도 있어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국내 해운업의 발전과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해 HMM 매각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