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현지시간) 발생 이후 일주일여 만에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하와이 산불과 관련, 기후변화가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미국 하와이에서는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건조해진 땅에서 발생한 산불은 허리케인이 불어 닥치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 산불 역시 기후변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9년 지구온도가 높아졌을 때, 심각한 기상이변의 전조처럼 인도양의 동, 서쪽 해수 온도차이가 2도 이상 났다. 이로 인해 호주에서는 6개월에 걸친 역대 최장기간 산불이 지속되었고, 아프리카에서는 3개월간의 폭우와 홍수로 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천억 마리의 메뚜기 떼가 농경지를 초토화시켜 아프리카의 기아를 심화시켰다.
2020년 중국에 쏟아진 폭우로 7000만의 수재민이 발생했고, 일본 등 동아시아는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그 무렵 미국에서는 쌍둥이 허리케인이 덮쳐 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미국의 허리케인은 8월뿐 아니라 11월까지도 불어 닥쳤다.
2022년에는 반대쪽인 유럽이 불바다가 되었다. 영국은 최고 40~47도를 오르내렸다. 500년 만에 역대급 가뭄이 닥친 유럽의 강은 바닥을 드러내고 농작물 피해와 물 부족으로 식수공급조차 불안정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 기온의 바람장벽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 역시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1년 2월, 따뜻한 기온의 텍사스가 기상이변으로 영하 23도로 떨어졌다. 텍사스는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도시가 되었다. 한파와 폭설로 아비규환이 된 텍사스에서는 수도, 난방이 끊기고 동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지구의 열균형을 잡아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하는 북극의 빙하는 더욱 빠르게 녹아가고 있다. 북극지방 온도가 20도를 오르내리
면서 해빙의 3/4이 사라졌다. 빙하가 녹아 갯벌이 드러나고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대기 중 탄소의 2배가 저장되어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빠져나온 탄소로 인해 지구의 온실효과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 등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서 각종 전염병과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극과 북극에서 하루에 남한 면적의 17배가 녹아내리고 있다.
녹아내린 빙하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대부분의 해안도시는 침수된다. 몰디브는 몇 년 안에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투발루. 베네치아도 잠기고 우리나라도 2030년이면 인천, 김포공항은 물론 남서해안 도시등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게 된다는 보고가 있다. 빙하가 인류종말의 방아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 온도상승은 나비효과처럼 기후변화의 악순환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부터 인간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라는 고밀도 탄소연료를 대량 사용하면서 70년간 가속화되었다. 이 시기 에너지 사용량과 비료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세계 실질 성장률과 세계 인구 역시 80억 명으로 폭발적으로(1974년 40억) 늘어났다.
세계 곳곳에서 더 빠르게, 더 극단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기후현상은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전체를 뜨거운 온실로 만들면서 지구의 기후 순환계의 패턴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탓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에 74% 기여한다.
깊어지는 기후 위기에 비상하게 대응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산업화 이후(1850~1900년) 세계 경제의 성장으로 지구 온도가 1.1도(°C) 상승하였는데, 1.5도로 상승하면 지구의 생태계와 기후환경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7년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기는 하지만 1인당 탄소배출량은 원유국을 제외하면 캐나다, 호주,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2030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를 달성하려면 더 급격하고 신속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은 우려할 수준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탄소중립 선언을 한 이후 더욱 강도 높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정권교체 이후 탈원전 중단, 신재생 에너지 개발속도 조절로 기후위기 대응의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4월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의 30.2%에서 21.6%로 줄여버렸다. 클라이밋 그룹 RE100 피어스 대표는 한국정부 정책의 실수라고 하면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원자력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될 수 없으며, 한국의 RE100 회원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기본계획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상당 부분을 다음 정부로 미룬다는 것이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정치하는엄마들은 7월6일 현재세대가 져야 할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30년까지의 총 감축량의 75%(1억4840만 톤)를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미뤄 감축 부담을 후반에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 투자해야 5년 이후에 탄소포집저장 활용(CCUS) 등 발전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을 기반으로 감축목표를 세우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기후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도, 현 정부의 관심과 대응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입법 과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대 양당의 관심과 노력도 부족하지만 환노위, 기재위, 산자위, 농해수위 등 국회의 여러 상임위원회에 기후환경 위기 관련 법률이 분산 방치되어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이번 달 11일에 국회 기후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박주민 의원이 기후특위 활동 기간을 24년 5월로 6개월 더 늘리자는 요구를 했고 기후특위에서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 관련 법률안 심사 및 처리권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였다. 중요한 결의안인 만큼 꼭 통과시켜 내년 총선거 전에 시급한 기후환경 위기 관련 법률들이 처리되기를 바란다.
22대 국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기후특별위원회를 ‘기후환경위기 특별위원회’로 확대하고 상설 특별위원회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에 기후환경위기와 관련된 법률안 심사 및 처리권을 부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정도의 제도화도 이루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이 2030년의 탄소배출 50% 감축 약속을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든 정당은 내년 총선거에서 기후환경위기 전문가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고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기후환경 위기에 대한 시급함을 알리면서 국민 여론을 환기하고 의견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2023년 대한민국 기후환경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속 가능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 이은희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
이은희 휴먼앤에코연구소 상임대표는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서울시립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6대 대통령 노무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제2부속실장을 역임했다. 환경보전협회(한국환경보전원) 경영관리본부장과 국립생태원의 상임이사·경영관리본부장, 한국환경에너지포럼 상임대표로 일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