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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심상찮은 중국-미국 힘겨루기, 영리한 대처는 우리 몫

조광태 jktclc@gmail.com 2023-08-1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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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심상찮은 중국-미국 힘겨루기, 영리한 대처는 우리 몫
▲ 미국과 중국이 서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패권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영리한 대처가 중요하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은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제가 그렇다. 다른 한 쪽에서는 미국이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시 경제가 그렇다.

지난 달 말 중국의 2분기 경제성적표가 나왔다. 심상치 않다는 평가들이 쏟아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재현될 것이라는 거침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확실히 성적표는 좋지 않다. 전년 동기대비 GDP 성장률 6.3%는 제법 높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내내 중국 상하이는 봉쇄상태였다. 당시 중국의 GDP 성장률은 0.4%로 2022년 중 최악의 성장분기를 기록했다.

전분기와 대비하면 더 확연해진다. 전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은 0.8%이다. 1분기의 2.2%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다. JP 모건, 골드만삭스, UBS 등이 올 성장률을 기껏해야 4% 정도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3%로 시장개방 이래 최저 성장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부진한 상태가 된다. 2007년 12%의 성장은 이제 좋았던 시절의 추억거리가 됐다. 

소비, 투자, 부동산, 수출, 무엇 하나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은 밀고 밀리면서 점차 회복되는 웨이브형이 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현실로 드러난 수치 앞에서 무력하다.

전년 동월대비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5월, 6월을 거치면서 각각 18.4%, 12.7%, 3.1%로 뚝 뚝 떨어지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상반기 투자증가율은 6%로 일견 높아 보이지만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7.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정체상태다. 개인부문의 투자는 0.2% 감소해 1월~5월의 0.1% 감소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

상반기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7.9%나 감소했고 상업용 부동산 거래 역시 바닥면적 기준 5.3% 감소했다.

6월 전년 동기대비 주요 수출국에 대한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단골손님이던 동남아 국가에 대한 수출은 16.86%나 줄었다. 그 여파로 전체 수출액도 12.4% 감소했다. 6.8%의 수입감소를 동반하고 있어 무역 사이즈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성적표가 이렇다보니 중국 경제의 문제점들이 치부처럼 드러나고 있다. 서로 뒤얽혀 한 덩어리가 된 고구마줄기를 연상케한다.

당장 청년 실업률의 문제가 끌려나온다. 이미 두 자릿수이던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6월에 21.3%로 또 다시 올라갔다. 수그러들 조짐은 없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의 청년인구 비중은 고작 10% 안팎이다. 게다가 중국의 전반적인 도시 실업률은 5.2%로 양호한 상태다. 이렇게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고급인력의 낭비와 직결돼 있다. 중국의 올 대졸자 수는 1158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대졸 미취업자들이 청년실업률의 주요 구성원이다.

부모 세대들은 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는 가난한 노년이지만 여전히 졸업한 자녀는 기댈 곳이 없는 상태다. 경제적 안정성의 보장과 정치체제의 인정, 그간 지식인과 중국정부 사이의 묵시적 거래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고령화는 맞물려 있는 또 다른 문제다. 2030년 중국의 65세 인구비중은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의 베이비 붐, 1970년대의 산아제한 정책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같은 초고령화 사회라도 한국,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노인이 되기 전에 부를 축적한 사회라면, 중국은 부를 축적하기 전에 노인이 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는 부동산의 문제와 얽혀있다. 지금까지 사실상 중국은 부동산 불패의 나라였다. 주택은 여유가 있어 사두면 값이 오르는 물건일 뿐 주거의 문제와는 상관없는 투자상품에 가까웠다. 2021년 중국의 주택공실률은 20%,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6500만호가 유령의 집이 됐다.

중국 부의 70%는 부동산이라는 추정이 나올 정도다. 부의 크기를 늘려가면서 부동산 경기를 유지해온 것은 지방정부였다. 토지를 판매하고,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럼으로써 재정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손쉬운 정책이 유행처럼 번졌다.

영국 가디언의 기사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한때 1주일에 2기씩 석탄발전소를 허가하기도 했다. 다른 발전소들이 최대능력 이하에서 생산을 하고 있던 때였고, 풍력발전소나 태양발전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한 때였다.

올 1분기 지방정부 토지판매는 거품이 걷히면서 전년 동기대비 22%나 감소했다. 지방정부의 누적부채가 2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몇몇은 파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의 총 부채는 연간 GDP의 세 배에 근접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받아야 할 돈은 여기저기서 뜯기고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일대일로 사업은 2020년부터 올 3월까지 3년간 약 785억 달러(약 103조4002억 원)의 채무재조정 내지는 상각을 야기했다. 이전 3년의 170억 달러(약 22조3924억 원)에 비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얘기를 하지만 끝이 없다. 한 때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노동력 기반 산업은 다른 신흥국에 자리를 내주고 있고, 그렇다고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해석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줬던 기업들이 이제 다른 곳을 찾아 나서는 기업 엑소더스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중국 경제문제의 핵심은 미국과의 문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요즘 중국경제의 문제와 아주 분명한 유사점과 대비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축통화는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유통이다. 미국은 주로 무역적자를 통해 해외에 달러를 공급했다.

이를 다시 흡수하는 것이 문제였다. 중동과 일본은 좋은 협력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중동은 원유대금 달러결제 방식으로 협력했다. 때마침 중동은 화약고였고, 결제된 달러의 상당부분은 고가의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데 다시 사용됐다. 나머지는 미국 국채로 흘러갔다.

일본은 미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달러를 받는 공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쓰고 남은 달러는 역시 미국채를 사들이는데 사용됐다. 대량의 국채 매입은 수익률을 낮추는데 기여했고, 미국은 재정적자에 따른 부담을 줄였다. 달러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마련됐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그것을 올라서던 즈음에서 미국은 갑자기 선을 그었다. 1987년의 플라자 합의가 그랬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도서의 제목으로만 존재하게 됐다.

2001년 미국이 중국을 WTO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은 일본만큼 좋은 협력자가 됐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공장으로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미국 최대 채권국의 지위를 일본과 주고받으면서 20여 년에 걸친 미중 간 밀월관계가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보복관세로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은 전적으로 트럼프 개인의 기질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국가도 미국이 정해놓은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여야 정치인들의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더 강경해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 중국 정책이 바로 그 증거다.

14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미국에 NO를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했다. 2018년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위안화표시 원유거래, 2020년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300만 배럴 수입분에 대한 위안화 결제가 그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원유대금 위안화결제를 모색하고 있고, 브릭스를 통한 자기들만의 국제결제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금을 꾸준히 모으고 있고,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은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는 점차 극단을 향하는 양상이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급기야는 이달 들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과 같은 최첨단 분야에 대해 정부 허락없이 중국투자를 금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키로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보조금을 빌미로 한국과 대만, 일본기업들에게까지 이를 확대적용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을 철저하게 억누르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미국 역시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마침 팬더믹 이후의 급변한 경제상황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단기국채 금리는 이미 5%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미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고,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재정은 어찌보면 급전을 빌어 하루하루를 때우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여전히 8천억 달러(약1053조7600억 원)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매각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재니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매각중단과 관련한 모종의 협상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첨단 반도체 분야에 대한 나름대로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의 자체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버틸만큼 버티면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얘기처럼도 들린다.

하지만 그 여파는 크다. 지난 해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의 중국 투자는 전년대비 76%나 감소했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중국투자에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산업은 공동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고용, 소비, 투자, 수출, 부동산, 여러 경제적 변수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금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그간의 고도성장에 따른 반작용이나 팬더믹 이후의 휴유증만으로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기저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놓여 있다. 일본과는 달리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이를 결코 두고만 볼 수 없는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우리에게 미치게 될 여파를 꼼꼼히 따져가면서 영리한 대처를 해나가는 것은 오직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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