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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경로에 소걸음 카눈, 너무나 낯선 태풍이 찾아온 이유는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8-10 14: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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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경로에 소걸음 카눈, 너무나 낯선 태풍이 찾아온 이유는
▲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카눈이 예년과 다르게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북극에서 내려오는 제트기류의 약화와 높은 해온을 꼽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에 상륙한 가운데 이번 태풍의 낯선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종일 한반도를 관통해 지나가는 태풍은 이례적이라며 제트기류 등 지향류의 약화와 해온 상승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카눈의 북진 속도는 시속 25㎞를 기록했다. 자전거로 따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다. 지난해 힌남노는 시속 40~60㎞로 움직이며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예전엔 한나절 정도 머물렀던 태풍이 이번엔 하루종일 머물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방향도 예년과 다르다. 카눈은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큰 갈지(之)자를 그린 후 다시 방향을 틀어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다. 원래 한반도의 8월 태풍은 힌남노처럼 북진하면서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태풍 끌어주는 지향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예년의 태풍은 한반도 인근으로 북상한 이후 상층의 제트기류를 만나서 빠르게 동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제트기류는 대류권의 상부 또는 성층권의 하부 영역에 좁고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을 뜻한다. 

그러나 이번엔 제트기류가 예년보다 더 북쪽에 있어 태풍을 동진시키는 힘이 약해졌다. 이로 인해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 기상청은 카눈이 진행 방향을 북북서쪽으로 바꾸면서 속도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륙과 섬에 부딪히고도 태풍의 강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기상청은 오전 10시 발표한 강도 등급은 오후 2시까지 '중'을 유지하고 있다. 카눈이 한국 상륙 전에 중국과 일본을 거쳤던 것을 감안하면 강도가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수온이 평년보다 1~2도 높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해 에너지원이 되면서 태풍이 한반도 근처까지 와서도 약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그재그 경로에 소걸음 카눈, 너무나 낯선 태풍이 찾아온 이유는
▲ 기상청이 10일 오전 10시 발표한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경로(왼쪽)와 과거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했던 태풍들의 경로(오른쪽). 예전엔 8월 태풍은 한반도 남부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지만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관통해 올라갈 예정이다. 
태풍의 진로를 결정하는 ‘지향류’들의 움직임도 예년과 달랐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건설 및 환경공학과·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겸임)는 “태풍이 예년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와 북서태평양의 지역 기후 인자들이 만들어내는 지향류들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구는 회전하는 구체, 태풍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팽이”라며 “원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왼쪽으로 밀고 제트기류가 오른쪽으로 밀며 북쪽으로 가는데 이번엔 이 두 가지 모두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태풍 카눈이 갈지자의 느린 행보를 보인 건 바다의 해온은 높아지고 태풍 경로를 결정짓는 주변 기후 인자들이 약해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트기류의 약화는 태풍 수명을 연장시키기도 한다. 또 태풍 진행속도가 느려지면 국지 강수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수증기량이 증가한 상태가 겹치면 호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그동안 태풍의 개수는 감소했지만 강한 태풍이 증가했다"며 "과거 반세기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태풍의 호우 빈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호우 빈도의 증가는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 때문이다.

지난해 김 교수와 일본 교토 첨단과학대학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지구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과거 50여 년간 관측된 동아시아 지역 태풍에 의한 호우 빈도의 증가가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적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있는 지구와 그렇지 않은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인간이 있다고 가정한 지구에서만 현재와 유사한 태풍 호우 빈도의 증가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태풍 경로와 속도가 예년과 달라진 원인을 ‘인간활동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직은 학계에서 여러 이견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지구 온난화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동성이 높아지면 예측이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과거 수십년에 걸쳐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아직 현재의 기후 모델은 국지적인 극한 현상을 여측하는 데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국지성이 점점더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측의 정확성을 높여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김 교수는 “기후 변화에 따라 제트기류나 북태평양 고기압 등 지역 기후 요소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더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지금보다 더 고해상도로 기후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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