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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2)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08-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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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2)
▲ 헬리온에너지는 자사 기술의 차별성을 묻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이메일 질의에 "헬리온에너지의 방식은 핵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간접 발전 방식이 아니라 핵융합 그 자체로부터 직접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데이비트 커틀리 헬리온에너지 CEO와 펄스방식의 핵융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한국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기술이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함께 주목 받는 기술이 있다.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획기적 발전을 이룰 것으로 꼽히는 ‘핵융합 기술’이다. 

핵융합 발전은 폐기물 없이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꿈의 에너지’로 꼽힌다. 

그러나 초전도체 기술의 도움 없이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FRC(Field-reversed configuration) 방식 핵융합이다.

미국 워싱턴주 애버렛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는 이 방식을 채택해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까지 이미 마쳤다. 

계약에 따르면 헬리온은 2028년부터 매년 최소 50㎿(메가와트)를 핵융합 발전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해야 한다. 이는 약 10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량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헬리온이 전력 공급에 성공하면 학계에서 2050년경으로 보고 있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 시기를 그보다 22년 앞당기는 셈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헬리온에너지의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핵융합 에너지가 뭔지 알아야 한다.
 
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2)
▲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부터 매년 최소 50㎿(메가와트)를 핵융합 발전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주 애버렛시에 위치한 헬리온에너지 연구시설. <헬리온에너지 페이스북>

◆ 핵폐기물 없는 꿈의 에너지, 그러나 지구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인공태양’

대중에겐 생소한 기술이지만 핵융합은 이미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핵융합 산업 규모는 올해 3천억 달러(약 39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핵융합이 벌써 산업화한 이유는 단순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가장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가장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다.

기후변화가 가뭄, 폭염, 폭우 등 기후재앙을 일으키면서 많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근본적으로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 우려를 안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자연 현상에 의존해 에너지원을 얻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은 해안이나 고산지대처럼 바람이 강한 곳에나 설치할 수 있다. 태양광은 비가 오는 날엔 발전조차 할 수 없다.

이 한계를 해소할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원자력발전에도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이 없다. 지하 깊숙이 묻어 영구히 보관하는 방법밖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발전은 전 세계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핵융합은 이런 모든 제한에서 자유로운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다. 재생에너지와 달리 핵융합은 에너지 생산효율에서도 화석연료를 압도한다.

성충기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연료 1그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핵융합은 3억5천만 킬로줄의 에너지를 생산해 40킬로줄을 생산하는 석유보다 875만 배 큰 에너지를 생산한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핵융합은 원래 태양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즉 지구의 기압과 온도에서 핵융합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은 태양처럼 고온 고밀도 환경의 플라스마에서 안정적으로 발생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전력을 생산시킬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이온가열 기준으로 했을 때 30초를 유지한 한국의 한국형 초전도 기술 핵융합 장치 케이스타(K-STAR)가, 전자가열을 기준으로는 101초를 유지한 중국의 실험적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로 이스트(EAST)가 가장 긴 운전시간을 기록했다. 

이 두 장치는 모두 토카막 방식을 쓰고 있다. 

지구에선 태양 같은 압력을 구현할 수 없어 대신 태양 표면온도(약 200만 도)의 20배가 넘는 섭씨 1억 도로 온도를 높여 핵융합을 일으켜야 한다. 당연히 이 어마어마한 열을 견딜 물질은 없다. 

이때 쓰이는 게 토카막이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의 자기장 가운데에 플라즈마를 가 1억 도의 열이 장치에 닿지 않게 해준다.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토카막에 쓰여 핵융합에 쓰일 자기장 생성을 더 쉽게 해주겠지만 현재로선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헬리온에너지는 토카막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들고 나왔다. 그게 FRC(Field-reversed configuration)다. 직역하면 '필드를 반전시킨 배열'이란 뜻이다.

FRC는 플라스마 입자로 소용돌이 운동을 일으켜 플라스마를 내부에 가두는 자기장을 직접 만들어낸다. 그래서 토카막 같은 장치가 필요 없다. 초전도체로 띄울 필요도 없다. 

◆ "에너지 대신 전력을 바로 얻는다", 헬리온에너지의 FRC 방식

헬리온에너지에 자사만의 강점을 물었다. 

헬리온에너지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6일 "헬리온에너지의 방식은 핵융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간접 발전 방식이 아니라 핵융합 그 자체로부터 직접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적은 핵융합 규모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다른 핵융합 방식과 비교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헬리온에너지가 채택한 FRC 방식은 순간적인 핵융합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원통형 구조의 발전기 양쪽 끝에서 FRC로 플라스마를 생성한다. 

양쪽 FRC가 생성한 자기장과 플라스마를 시속 160만 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중앙에서 충돌시키면 1억 도가 넘는 고온 고밀도 플라스마가 순간적으로 발생하고 이온을 방출한다.

이온은 전하를 띤 원자 또는 분자인데 헬리온에너지는 자기장이 방출한 이온을 모아 변환해 전기를 생산한다.

데이비드 커틀리 헬리온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이를 '자동차 브레이크의 전기 생산 원리'에 비유했다. "자동차가 제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로부터 전기를 얻는 브레이크의 원리와도 같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이 방법을 통해 핵융합 발전소를 더 빠르고 안전하며 값싸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헬리온에너지는 핵융합을 에너지로써 연구하기보다는 전력 창출을 앞당기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틀리에 따르면 헬리온에너지는 지금까지 제작한 프로토타입이 모두 전력 생산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실험에서는 핵융합 발전에 적합한 이온온도가 섭씨 1억 도를 넘겼다.

짐짓 허무맹랑해 보이는 계획이지만 헬리온에너지가 받은 투자 규모는 이 회사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헬리온에너지는 오픈AI 비롯한 기업들로부터 5억7천만 달러(약 7405억 원)를 투자받았다. 

특히 오픈에이아이의 대표 샘 알트만은 3억7천만 달러(약 4800억 원)로 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트만은 3월 과학전문지 엠아이티테크놀로지리뷰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확신이 없어 천만 달러만 투자했다"며 "하지만 헬리온에너지의 기술시연을 보고 나니 확신이 생겨 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현재 헬리온에너지는 6차 프로토타입 ‘트렌타’의 실험을 마쳤고 내년에는 7차 프로토타입 ‘폴라리스’를 시범 가동한다.

핵융합 발전에 성공하면 미국 대형건설사 컨스틸레이션과 협업해 워싱턴주에 50메가와트 규모 발전량을 가지는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짓게 된다. 

FRC 방식은 자기장 크기와 비교해 가둘 수 있는 플라스마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헬리온에너지 외에도 캘리포니아에 있는 트라이알파에너지(TAE) 등 다른 핵융합 스타트업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전도체 없이 핵융합 발전, MS 계약한 헬리온에너지 [기후테크가 뜬다] (2)
▲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토카막 방식 특유의 둥근 도넛 형태가 갖춰지고 있다. < ITER >
◆ FRC 대 토카막, 어느 쪽이든 핵융합 발전의 꿈은 이어진다

커틀리 최고경영자가 설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FRC 방식은 핵융합 연구에서는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성 교수는 이에 "FRC에서 발생하는 플라스마의 절대적인 성능이 아직 토카막 플라스마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RC를 통해 생성한 플라스마는 압력비(자기장이 플라스마를 가두는 힘)가 높아 플라스마를 가두는 데는 좋지만자기장을 유지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은 불리하다.

플라스마에서 발생한 이온을 곧바로 전기로 바꾸는 방법이 아직 이론의 장벽을 넘은 적이 없다는 것도 발목을 잡는다.

성 교수는 “핵융합 플라즈마에서 생성되는 이온을 직접 변환하는 직접 변환 방식은 효율이 높지만 아직 실제로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된 고속 이온을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프로젝트도 이러한 한계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참여한 다국적 핵융합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이 국제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7일(현지시각)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레이저 빔을 쏘는 방식으로 핵융합 발전을 점화하는 데에 7개월만에 재성공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실험의 에너지수율은 지난 번의 2.5MJ(메가줄)보다 높은 3.15MJ를 기록했다.

어떤 방식이 성공하든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핵융합에너지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영호 기자
 
[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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