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5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 소통과 여야 협치를 강화하며 원내 업무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당내 갈등과 민주당 국회의원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임 뒤 100일 동안의 기간을 놓고 무난한 출발을 했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원내대표가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계파를 넘나드는 원내 소통, 의원총회 활성화 등으로 당을 안정화시키고 정책역량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던 4월28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을 얻어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민주당은 당시 절반이 넘는 국회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계파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더해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까지 터지면서 내부혼란은 더 커졌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당내 통합을 내걸었다.
그는 4월28일 당선 인사에서 “모든 의원님들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당내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그걸 하나로 모아내는 소통과 공감의 능력으로 조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당내 의원들과 적극 접촉해 갈등이 될 만한 문제들을 사전에 해결하는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민주당 정책의원총회는 박 원내대표 선출 이래 건너뛰는 일 없이 정례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는 매주 민주당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며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와 원내대표단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는 배경이 박 원내대표의 통합 노력에 있다고 바라본다.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이낙연계 인사로 비
이재명계로 분류돼 취임 당시 민주당 내부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재명 당대표와 꾸준한 대화를 이어가며 당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원내대표는 5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을 때도 “이 대표를 먼저 만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이 대표와의 '2인3각' 체제를 구축하고 민주당의 쇄신을 안정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도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이 터졌을 때 김남국 의원 징계안 윤리위원회 제출이라는 강수를 던져 논란의 확산을 잠재웠다.
이와 함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 아래 민주당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 의원총회 의결을 이끌어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펼치는 정치 공세의 예봉을 꺾기도 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8월3일 서울 용산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민노인 폄하’ 발언에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터지자 서울 용산 대한노인회를 빠르게 찾아 사과하며 사건 수습에 앞장서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 야당’으로서의 민주당을 강조하기 위한 행동에도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이 단장을 맡은 ‘민생채움단’을 발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채움단’을 통해 8월 한 달 동안 민생 현장을 찾으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박 원내대표는 폭염 대응을 위한 '에너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관련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을 강조하며 제1 야당 원내대표로서 책임 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당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경제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삼성·현대자동차 등 기업 임원들이 참석한 민주당 의원모임에 참석해 경제정책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타다 금지법 반성문’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민주당 신구산업상생혁신 태스크포스(TF) 출범도 공식화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치국면에서 박 원내대표의 온건한 합리주의적 성격이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 때문에 여야가 대립하던 5월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협치에 나서 전세사기 특별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박 원내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매주 월요일 오찬 겸 비공개 회동을 열고 여야 협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월14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원내대표를 두고 “합리적 의회주의자이고 대화하면 충분히 대화가 되는 분”이라며 “양당 원내대표가 의회정치를 복원하겠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올해 여름 극한 호우로 국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여·야·정 태스크포스 구성을 먼저 제안하는 등 진영 갈등 불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박 원내대표의 온건한 성품과 대화 방식이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 판단으로는 민주당이 당내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우리 당보다 힘든 것 같다”며 “민주당은 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도 개별 의원이 반대하면 발목이 잡히는 일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총선을 위한 당내 갈등 봉합과 함께 최근 불거진
이재명 대표 소환조사 가능성 등 사법 리스크 문제 해결 등이 앞으로
박광온 원내대표가 마주할 과제로 꼽힌다.
9월부터 열리는 제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역시 박 원내대표의 능력이 발휘돼야 할 무대다.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쟁점 법안, 민생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충돌이 예상되는데 박 원내대표 또한 자신의 조정 역량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12월에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표결 일정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로서도 극렬 저지에 나설 여당, 대통령실에 맞서 원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