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8-03 11: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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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방으로 휴가를 떠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첫 휴가는 자택에서 일정을 보낸 바 있다.
대통령들에게 여름휴가는 재충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반기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적 돌파구를 찾는 기간으로 휴가를 활용해왔으며 휴가 뒤 깜짝 발표를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곤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휴식이 주목받는 이유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대통령 배우자가 8월2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저도로 여름휴가를 떠난 가운데 하반기 국정 운영을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려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 목록과 함께 소폭 내각 개편 방안을 들고 용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장관 교체 대상 부처로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관 업무와 관련해 쓴 소리를 한 부서들이다.
산업부는 원전 생태계 회복 부진과 전기·가스요금 대응 미흡,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R&D) 예산 나눠먹기 문제, 환경부는 수해 등 '물 관리' 미흡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질타를 받아왔다.
이들 부처는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전진 배치된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5월10일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부 제2차관으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6월29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에 조성경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환경부 차관으로 임상준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을 선임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실이나 내각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윤 대통령의 인사 개편 목록에 들어있을 지도 관심사다. 정계에서는 최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분당 갑 출마설, 전희경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 의정부 출마설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여름휴가를 보내는 저도 별장, 이른바 ‘청해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외에도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즐긴 곳으로도 유명하다. 청해대라는 이름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었다.
청해대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서울과 거리, 대통령 경호 문제를 고려해 충북 청주시에 청남대가 지어졌다.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에 민간에 개방하기 전까지 대통령 휴양시설로 사용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를 통해 핵심 정책을 구상할 여유 시간을 확보해 정치적 노림수를 들고 청와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뒤 금융실명제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겨냥한 ‘역사 바로세우기’ 등 파격 정책을 내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요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청남대를 찾은 뒤 정책을 내놔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정계에서 나왔을 정도다.
▲ 김대중 대통령과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부 장관이 1999년 7월29일 청남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청남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보내던 청남대로 윌리엄 코언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을 초대해 접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코언 장관은 청남대에서 한국의 사거리 500km 미사일 자체 연구개발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 미사일 재발사 움직임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민간 개방으로 가지 못하게 된 청남대를 대신해 대전 군 휴양소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첫 휴가를 마친 뒤 새천년민주당 탈당이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 개혁파는 노 전 대통령의 탈당에 호응해 열린우리당 분당을 선언했다.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탄핵 위기를 겪긴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2004년 총선 대승리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여대야소 정국이 된 것은 1985년 1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지막이었으며 민주화 이후엔 이때가 최초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7월30일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친 뒤 인사를 개편해 국정을 쇄신하고자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름휴가 뒤 정운찬 전 총리 후임으로 ‘깨끗하고 청렴한 공직상’을 정립하겠다며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지명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이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각종 구설과 의혹 제기에 시달리다 자진 사퇴하며 이 전 대통령의 구상은 무위로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도의 추억’으로 유명한 2013년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뒤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 4명을 교체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162일 만에 단행된 인사로 임기 초 갑작스레 교체된 윤창중 대변인을 제외하면 첫 인사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제주도에서 2일 동안의 짧은 휴가를 마친 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깜짝 발표를 했다. 검찰 개혁의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읽혔으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그 뒤 이른바 ‘조국 사태’의 시작점이 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