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8-02 12:20:0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국회 동의와 관계없이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자가 부적합 인사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장에서 강도높은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일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청문회장에 나서는 야당 공격수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모인다. 언론계 출신으로 이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의원들이 공격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이동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민주당은 8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언론 장악 시도 의혹 △아들 학교 폭력 무마 의혹 △이 후보자 부인의 인사 청탁 의혹 등을 중점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관으로 과방위 위원들이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위원이 된다.
현재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은 조승래 간사를 비롯해 고민정, 민형배, 박찬대, 변재일, 송기헌, 윤영찬, 이인영, 이정문, 장경태, 정필모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초선 고민정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날선 공세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고 의원은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현재는 민주당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다.
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검증'이라는 그림 자료들을 올리며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날 올린 자료는 이 후보자가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의혹에 내놓은 해명이 거짓이거나 추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료에 1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는 것으로 미뤄 추가 검증 자료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고 의원은 6월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후보자가 언론장악 활동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국정원 문건을 공개했다.
고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국정원이 지난 2010년에 작성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당시 MBC 지방선거기획단에 좌편향 인물이 포진돼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자는 문건이 작성된 시기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고 의원은 이 후보자 배우자가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민정 페이스북>
고 의원은 7월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배우자 인사 청탁과 관련된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부인은 (인사 청탁자로부터) 2009년 11월 이력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이 후보자 측은 이제 와서 '그런 이력서를 받은 기억이 없다'며 판결문의 진술을 아예 뒤엎고 있다"고 지적했다.
YTN은 7월30일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2010년 인사 청탁을 시도하려 했던 A씨로부터 이력서와 2천만 원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후보자 측은 이력서를 받은 기억이 없으며 돈은 A씨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하며 YTN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 뿐 아니라 동아일보 기자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현 홍보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도 언론장악 부분을 거세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 의원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단 출근 첫 날인 1일 선전·선동을 하는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규정하며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영찬 페이스북>
윤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가 보여줄 언론 장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강력하고 견고하게 투쟁하고 막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KBS부사장 출신인 정필모 의원도 언론장악 의혹과 윤석열 정부의 KBS수신료 분리징수 등과 관련해 날선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7월5일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과 관련해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항의 방문했을 때 정부의 일방적 분리징수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 뒤 7월28일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되자 대통령실 앞에서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와 기자회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밖에 그동안 상임위 활동이나 방송에서 강한 입심을 보인 민형배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질의하는 순간도 인사청문회에서 주목받는 장면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과방위 위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방위 정원 20명 가운데 현재 민주당이 11명, 국민의힘이 7명이고 양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 각각 1명씩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상임위 위원 사·보임을 통해 과방위 소속이지만 인사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김병욱 의원으로 교체하며 인원을 보충했다.
김병욱 의원은 보임 뒤 "새로 지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 가운데서는 꾸준히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제기하며 강성 발언을 해왔던 박성중 의원이 이 후보자 적극 엄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7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공영방송, 특히 KBS·MBC·EBS 방만 경영이 도를 넘는데다 민노총 노영방송이 장악을 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경쟁력이 완전히 저하됐다”며 “선진 방송 환경을 조성하는 데 가장 적임자는 역시 이동관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국민의힘 과방위원인 김영식, 윤두현, 허은아, 홍석준 의원 등은 그동안 상임위 활동 등에서 비교적 차분한 말투와 태도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자녀 학폭 의혹이나 방송장악 의혹 등에 관해 답변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최대한 정책질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방어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홍석준 의원은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은 청문회를 통해 (의혹에 관해) 혹시 더 밝혀야 될 문제가 있다면 밝힐 것”이라며 “(하지만)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비전과 계획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16~18일 사이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1일 인사청문회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는 20일 안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