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필 세이코리아 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만드는데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세이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경영자나 사업가들이 좀 더 책을 쓰는데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는데 풀어놓길 주저하고 있어요.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강필 세이코리아 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만드는데 좀 더 나서주길 희망했다. 세이코리아는 경제경영 분야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관한 책을 발간하는 출판사로 이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이 본부장은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를 거쳐 비즈니스포스트에서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 주로 경영경제 분야 책을 발간하고 있다. 그동안 낸 책들에 독자 반응은 어떠했나?
“읽은 독자들은 단단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평하지만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독자들이 우리가 낸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커리어케어가 ‘인재를 통한 진보’를 비전이자 사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세이코리아도 국가와 사회의 진보를 꿈꾸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담으려 한다.”
- 판매는 어떤가?
“콘텐츠사업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시간 총량을 누가 뺏어 가느냐의 싸움이다. 이 점에서 정적 매체인 책은 다이내믹한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콘텐츠와 대적하기가 쉽지 않다. 동영상 시청자와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의 뇌는 느리게 가야 깊이 도달하는데 책을 읽는 행위는 바로 이에 해당한다. 더 큰 쾌락을 전할 수 있는 독서 콘텐츠의 생산은 출판인 모두의 숙제다.”
-단단한 콘텐츠란 표현이 인상 깊다. 세이코리아의 책은 다른 출판사들의 책과 어떤 점이 다른가?
“‘아빠 반성문’ 같은 에세이를 제외하면 그간 출간한 책은 기본적으로 경영경제서다. 이 안에 콘텐츠의 상품성을 구성하는 세 가지, 즉 정보와 의미 그리고 재미와 감동을 담으려 했다. 살펴보면 잘 나가는 콘텐츠는 예외 없이 이 세 가지가 잘 배합돼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내놓은 책들은 감동 부분이 약했는데 이를 강화하려 한다. 경영경제서가 문학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 다른 출판사와 차별점을 꼽는다면?
“고집스럽게 국내 저자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행 종수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출판사 같으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출간을 해서는 지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각 분야의 전문가 이야기를 책에 담겠다고 했는데 저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커리어케어는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다. 각 분야에서 누가 최고의 전문가이고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지 훤하게 파악하고 있다. 단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과 이것을 풀어놓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여서 저자 확보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은 세이코리아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출판사들이 다 부닥치고 있는 현실이고 돌파할 수밖에 없는 장애물이다. 그나마 다른 출판사에 비해 저자 가능성이 큰 전문가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 주된 저자로 생각하고 있는 경영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어떤 경영자에게 책 집필을 제안했더니 ‘판사는 판결문으로 이야기하고, 기자는 기사로 이야기하듯 경영자는 실적으로 이야기 할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최근 들어 기업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자의 책을 내는 것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세이코리아의 사명이다. 노력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좀 더 많은 경영자를 저자로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책을 만들면서 갖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경영경제서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리얼리티를 통한 공감이다. 경영 환경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경제 하강기, 혹은 코로나 같은 전대미문의 대격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들 자체가 현실 세계다. 이러한 현실 세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교훈과 가이드를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출판을 지식산업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제조업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좋은 원료, 적확한 원료를 모아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 앞으로 어떤 책들을 만들 예정인가.
“현재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경영자에 관한 책에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을 이야기한다는 회사 이름(세이코리아)에 걸맞게 기업 조직을 감싸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안과 주요 관심사에 대한 깊이 있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