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7-30 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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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여당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유아교육 및 보육 통합(유보통합)에 첫 발을 뗀다.
정부는 1년 전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조기입학을 추진하다 논란 끝에 접었다. 정부여당이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유보통합을 큰 진통 없이 실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관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정책을 발표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지난해 7월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취학연령 하향 등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바로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책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열흘 만에 박순애 부총리가 자진사퇴하면서 정책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최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과 함께 당시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유보통합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고 점진적인 추진 절차를 밟아나가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은 28일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어 유보통합을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시도교육청이 관할하는 ‘학교’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된다. 유보통합은 미취학 아동이 어느 곳에 다니든 균일한 유아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만큼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업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려는 것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와 시도의 영유아 보육업무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관리체계 일원화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며 "중앙 단위의 일원화를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을 시작으로 지방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해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당정이 의견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유보통합추진위원회(추진위)를 열고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방안’ 계획도 발표했다.
추진위는 유보통합 1단계로 교육부·복지부의 업무 일원화를 2023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단계로 지자체의 보육업무의 시도교육청 이관을 2024년까지 추진하고 유치원·어린이집의 통합 교육기관 모델을 만들어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3단계 작업을 2025년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유보통합 추진 자체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세부적 추진방안에는 이견이 있는 만큼 논의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의원들은 유보통합의 재정부분에서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소속인 전주혜, 조경태 의원이 유보통합 재정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기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국회 교육위 소속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을 두고 재정 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교육부가 유보통합 추진방안의 추가 재원을 초중등 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작년 정기국회 내내 초중등 예산을 대학으로 전용하는 문제로 갈등을 부추기더니 같은 방식으로 추가 재원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전주혜, 조경태 의원의 법률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을 지적했다.
교육위는 “약 10조 원에 달하는 기존 보육예산의 이관 방안과 어린이집에 대한 재원 부담 주체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기본법상 ‘학교’가 아닌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추가하는 것은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전반적 입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교부금 성격상 외부의존도와 고정경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교부금의 재원은 변하지 않고 사용범위만 확대한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원래 목적 달성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서울·대구·광주·대전·세종·전북 교육청도 보육예산을 교부금으로 부담하게 되면 지방교육재정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초·중등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그동안 유보통합의 걸림돌이라 평가되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교사통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장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기준을 놓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영유아교육ㆍ보육통합 추진위원회를 마치고 회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 전공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자격요건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통합의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분석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의 유보통합 계획이 발표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주요 쟁점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는 교사자격 사항에 대해 단순히 교사의 역량 강화 지원을 방안으로 내놓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의 유아교육과와 보육학과, 아동학과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유보통합이 이뤄진다면 현직 교사들에게 통합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총리는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 부속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찾아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영유아 보육과 교육 전문성,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격과 양성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통합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5·31 교육개혁에 포함된 후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해묵은 과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표준보육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했고 박근혜 정부는 국무조정실에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을 설치해 논의를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유보통합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유보 격차를 완화하는데 정책 초점을 맞췄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