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3-07-24 14: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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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이 자체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 옴므’를 내세워 파리 패션위크 10회째 진출에 도전한다. 자체 브랜드 ‘타임’의 해외 버전 ‘더 타임’을 론칭하고 내년 파리 패션위크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가 지속적으로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국내 패션시장이 정체기에 있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가 지속적으로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국내 패션 시장이 정체기에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4일 한섬에 따르면 내년 타임 브랜드의 파리 패션위크 진출을 목표로 브랜드를 정비하고 있다.
한섬은 글로벌 시장용 브랜드 더 타임을 최근 공식 론칭했다. 더 타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맞춰 디자인부터 소재, 패턴까지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한국인 체형에 맞춰진 패턴들을 범용성 높은 와이드 핏으로 바꾸고 팔 길이 또한 기존 제품보다 1cm 가량 길게 제작했다.
특히 셔츠의 경우 부드러운 소재를 선호하는 북미, 유럽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실크 소재 사용을 늘렸다.
한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파리 패션위크는 참가기준이 높기 때문에 참가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며 “파리 패션위크는 전 세계 바이어들이 모여 구매를 하는 장소로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시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파리 패션위크는 런던과 밀라노, 뉴욕 패션위크와 더불어 글로벌 4대 패션쇼로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모두 참가하는 행사다. 행사 기간 패션 업체들이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패션, 유통 바이어들에게 다음 출시 예정 신제품을 소개하고 판매 계약을 맺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은 2006~2010년까지 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1년부터 1~4%대로 줄어들었다. 이후 2019년 –3.6%, 2020년 –3.2%로 감소했다가 작년 5.2%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패션시장은 K컬처의 확산 영향으로 유럽 내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패션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 들어 파리 패션위크에 참여한 국내 기업만 해도 5곳이나 된다. 6월 열린 2024년 봄, 여름(S/S)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한 기업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 △한섬의 ‘시스템’ 등 대기업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 △‘솔리드옴므’ △‘우영미’ 등이다.
김 대표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리 백화점은 직매입 과정이 까다로워 입점이 힘들다. 파리 백화점은 국내 백화점과 달리 바이어가 직접 물건을 선별해 구입하고 백화점이 판매와 재고관리까지 모두 책임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성이 증명된 브랜드가 아니면 입점 자체가 어렵다.
또 글로벌시장은 럭셔리와 저가형 제조, 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기에 국내 업체들이 들어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국내 브랜드는 중저가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포지션이 애매한 탓이다. 최근 늘고 있는 글로벌 준명품 브랜드들과 경쟁도 치열하다.
▲ 더 타임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맞춰 디자인부터 소재, 패턴까지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기존 한국인 체형에 맞춰진 패턴들을 범용성 높은 와이드 핏으로 바꾸고 팔 길이 또한 기존 제품보다 1cm 가량 길게 제작했다. 특히 셔츠의 경우 부드러운 소재를 선호하는 북미, 유럽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실크 소재 사용을 늘렸다. <한섬>
한섬은 오랫동안 해외진출 노력을 이어왔다.
한섬은 2014년 파리 패션의 중심부인 마레지구에 위치한 ‘톰 그레이하운드 파리’ 편집매장을 통해 해외 패션 트렌드를 수집하고 현지 바이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패션시장의 이해도를 높여왔다.
2020년에는 글로벌 패션시장을 겨냥해 더 타임 브랜드를 신규 기획했다. 2020년 임시 조직(TF) 구성을 시작으로 2022년 더 타임 디자인실을 별도로 만들어 시장 조사와 상품 기획 등을 거쳤다.
김 대표는 한섬의 해외진출을 장기 전략으로 내세워 왔다. 자체 브랜드 시스템의 파리 패션위크 진출 10회 도전만 봐도 그렇다.
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리프레이밍’과도 연결된다. 리프레이밍은 변화한 경영 환경에 맞춰 기존의 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한섬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의 해외 성적표가 지금껏 저조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섬 프랑스법인 매출은 22억 원으로 전년대비 14.3%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8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2배 늘었다.
한섬은 2023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478억 원, 영업이익 22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19%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데 따른 기저 부담이 큰 데다 리오프닝 이후 업황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에서 “한섬의 주가는 코로나로 인한 기저부담이 완화되는 4분기를 기점으로 점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67년 출생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팀장과 경영전략 및 지원담당 등을 거친 전략 및 재무 전문가다. 2017년 한섬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뒤 2019년 11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2023년에도 대표이사를 이어 맡게 됐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