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미국 작가조합 및 배우조합의 대규모 파업에도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파업 피켓을 들고 있는 미국 배우 마이클 라파포트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구독자 급증 효과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2023년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 작가들과 배우들이 연이어 파업에 들어갔지만 한국 등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선전하면서 파업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넷플릭스 콘센츠 생산 거점으로서 한국 등 미국 외 지역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3년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한 81억9천만 달러(약 10조351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천만 달러가 증가한 14억9천만 달러(약 1조8832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가 계정공유를 단속하고 새로운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구독자수가 크게 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2분기 넷플릭스 구독자는 590만 명이 늘어나 모두 2억3800만 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의 실적 증가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불투명한 실적 전망의 이유로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 파업이 지적됐다.
두 조합이 함께 파업에 들어가면서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미국 작가조합(WGA)은 5월2일,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은 7월14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 두 조합은 할리우드의 양대 노조라 불릴 정도로 콘텐츠 업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두 조합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수익배분 문제, 인공지능(AI) 기술의 콘텐츠 제작 사용 여부 문제를 물으며 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은 글과 영상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작가와 배우의 동의나 보상 없이 지적 재산권과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선 인공지능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가 조합측과 단시일 내에 법적 문제를 정리할 가능성은 낮다.
파업 리스크 속에서도 넷플릭스가 계속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국가로 콘텐츠 제작 거점을 다변화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콘텐츠 제작 업계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넷플릭스가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타국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신작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 파업과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넷플릭스에 해외 콘텐츠 제작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22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서울 포시즌즈 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는 지난 4월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의) 파업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전 세계에서 많은 프로그램과 영화 제작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해 파업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출시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서랜도스는 한국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후부터 할리우드와 그 외 지역 콘텐츠의 성공 확률이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콘텐츠만이 전 세계로 배급돼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콘텐츠도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아졌으므로 제작 지역을 미국에만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실제 콘텐츠 생산 지역을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세계 각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서랜도스는 지난 4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만나 향후 4년 동안 모두 25억 달러(약 3조1600억 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트리밍 시장 경쟁사인 디즈니가 최근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오리지널 OTT(온라인 동영상 구독서비스) 콘텐츠를 줄여나가는 것과 대비된다.
시장조사기관 미디어파트너아시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비용 또한 2022년보다 15% 늘어난 1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콘텐츠 생산 거점 다변화를 통해 미국 파업과 같이 단일 국가에서 일어나는 리스크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콘텐츠 제작 종사자들의 파업과 유사한 상황이 다른 나라에서 또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에 잠재적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국의 작가 단체 네 곳은 6월14일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 한국지사 앞에서 미국 작가조합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집회를 개최하고 한국의 콘텐츠 제작 사정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