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영업 네트워크가 한화오션의 해양 방산 분야 건조능력과 결합하면 수주 잠재력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뒤 한화그룹이 주력사업인 방산 분야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을 목표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한화오션의 해양방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조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그룹은 해양방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기반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리뷰(Financial Review)와 지캡틴(gCaptain)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스탈은 서호주와 미국 앨라배마에 조선소를 둔 회사로 매력적 투자대상으로 평가된다.
오스탈은 최근 미국 해군으로부터 32억 달러 규모 감시선(surveillance ship) 건조 일감을 따낼 정도로 해양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인데 시가총액은 10억 달러 아래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군사·외교에서도 고조되는 탓에 미국 해군이 함선 건조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도 오스탈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과 호주, 영국의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동맹에 따른 호주의 방산 수요 증가도 오스탈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호주는 오커스동맹의 합의에 따라 앞으로 3680억 달러를 투입해 8척의 핵추진잠수함을 공급받는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오스탈은 직접 잠수함을 만들진 않지만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가 건조하는 버지니아급·콜럼비아급 핵추진잠수함 생산작업에 참여한다.
지캡틴은 한화그룹의 오스랄 인수 검토와 관련해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의 효율적 상선 건조 능력과 미국의 자금력, 방산 전문성이 결합한 공생적 관계는 미국 정부의 규제 문턱만 넘을 수 있다면 미국 내 군함 건조산업이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를 본격화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와 별도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양방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의 외연을 해양 쪽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화오션의 역할도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잠수함 분야는 한화그룹이 한화오션 인수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먹거리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1년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을 이끌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3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도 지닌다.
방산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잠수함 분야 건조능력과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영업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수주 잠재력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10~15일 리투아니아·폴란드 4박6일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화그룹 방산사업의 ‘큰 손’ 고객인 폴란드를 방문하게 되는 만큼 김 부회장도 폴란드에서 더 많은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폴란드 국방부가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K9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기존에 폴란드에 공급하던 무기뿐 아니라 잠수함 쪽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프로젝트도 한화오션이 눈여겨 볼만한 일감이다.
캐나다 해군은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 원)를 투입해 잠수함을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유력한 수주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의 사업구조에서 방산 분야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선 매출이 4조2162억 원이었던 데 반해 방산이 포함된 해양·특수선 매출은 705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해양플랜트와 여객선, 기타특수선박을 제외하고 방산만 따로 집계하면 매출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산사업을 모태로 하는 한화그룹 품에 들어온 만큼 앞으로 방산 사업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6월7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화> |
한화그룹은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에 든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미국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2021년 매출 기준 방산업체 순위에서 한화그룹은 매출 47억8700만 달러로 30위에 머물렀다. 1위인 록히드마틴(644억5800만 달러)은 물론 10위인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9억2400만 달러)와도 격차가 매우 크다.
김동관 부회장으로서는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해양방산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화오션의 해양방산 역량을 기존 방산계열사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달 7일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 방산계열사 부스를 직접 방문해 “한화오션이 합류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방산기업답게 정도 경영을 펼치며 세계 시장에서 더 확고한 경쟁력을 갖춰나가자”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