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 공급망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수요 폭증에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빅 테크' 고객사를 늘릴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노트북체크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엔비디아는 기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만 의존하면 AI 서버용 GPU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해 삼성전자에도 물량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트북체크는 “TSCM의 생산물량 증가에 한계가 있고 3나노 공정을 원하는 많은 고객들이 있어 엔비디아가 AI 서버용 GPU의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해 다른 파운드리 업체와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엔비디아의 IT제품용 GPU를 생산한 이력이 있어 AI 서버용 GPU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 14나노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GTX 1050/Ti 모바일 GPU를, 8나노 공정에서는 RTX 3000 게임용 GPU를 제작한 바 있다.
AI 서버에는 고성능 GPU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3나노 공정과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한 뒤 수율을 높여가고 있어 엔비디아로서는 충분히 주문을 고려해볼 만하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는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통제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 방식보다 게이트의 통제력이 더 강화돼 전력을 적게 소모하고도 성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누설전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만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아직까지 기존 핀펫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3나노에서 수율을 대폭 끌어올렸고 4나노에서는 수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측면에서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객 회사를 넓힐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IT정보유출자(팁스터) 레베그너스가 최근 애플 경영진의 회의록을 인용하면서 “4나노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수율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지난해 올린데 이어 올해도 목표 마진율 53%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삼성전자에게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로서는 삼성전자 등으로 파운드리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이를 TSMC와 가격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이 5월10일 미국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의 일식집 사와스시에서 만났다. <사와스시 페이스북> |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AI용 GPU 시장상황도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17.3% 성장해 2030년에는 1170억 달러(약 153조 원) 규모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AI용 GPU 파운드리를 수행할 역량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에서 널리 쓰일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도 톱티어로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부사장급 파운드리 개발 총책임자 등을 교체하면서 미래 성장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엔 급변하는 시장에서 뒤처지면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5월 미국 시애틀에서 여린 ‘마이크로소프트 서밋’의 세션에 참가한 뒤 사회관게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사티아 나텔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의 발표 모습을 올리면서 인공지능 시장에 대한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경 사장은 “사티야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이 불러올 혁신이 과거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며 “인공지능에서 뒤떨어져서는 경쟁하기 어려운 세상이 코앞이다”고 말하며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