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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대우맨, 희미해지는 대우 브랜드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8-08 17: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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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은 한때 재계를 주름잡았다.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기조에 따라 대우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맹활약했다.

1998년 대우그룹은 포천 선정 100대 기업 중 18위에 오르며 국내 기업 중 최고 순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대우맨’이라는 이름은 국내 기업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여겨졌다. 대우그룹이 무너진 뒤에도 대우맨들은 재계 곳곳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우맨들도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오랜 시간 재계에 영향을 미쳐온 대우그룹의 유산이 이제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자리 외부에 넘긴 첫 사례

8일 대우건설 이사회가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의 연임 실패가 확정됐다.

  흔들리는 대우맨, 희미해지는 대우 브랜드  
▲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박 사장은 7월14일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 선임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임시로 사장 역할을 해왔다.

박 사장의 연임 실패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박 사장을 끝으로 대우건설 사장은 내부출신이 맡는다는 전통이 깨졌다.

대우건설은 박창민 사장 선임으로 대우에서 분리된 후 16년 만에 외부인사가 사장을 맡게 됐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순혈주의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박 사장은 결국 대우건설의 키를 외부인사에게 넘겨준 사장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해외개발사업팀장 출신으로 동아건설산업 사장을 지냈다. 2010년 대우건설로 돌아와 부사장을 거쳐 2013년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은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실적을 흑자로 전환하고 주택사업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박 사장은 이를 발판으로 2025년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2조 원의 세계15대 건설사에 오르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제시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연임 의지를 보이며 사장 공모에 지원해 이훈복 대우건설 전무와 함께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돌연 사장 선임절차를 중단하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박 사장은 재공모에서도 면접 대상인 5명의 후보군까지 들었으나 최종 2배수 후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임기 내내 지적받은 주가 부양 실패와 금융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 제재를 받은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 남상태·고재호·정성립, 앞이 보이지 않는 대우조선해양 사장들

남상태·고재호·정성립 사장은 모두 대우조선해양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들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한 차례도 외부인사에게 CEO 자리를 허락한 적이 없다.

정 사장은 2001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맡아 한 차례 연임했다. 남 전 사장 역시 정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연임까지 성공했으며 고 사장이 남 사장의 뒤를 이었다.

  흔들리는 대우맨, 희미해지는 대우 브랜드  
▲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지난해 정 사장이 다시 고 사장의 후임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돌아왔다. 이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거나 연임을 기대할 만큼 임기 중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구속수감돼 있다. 남 사장은 비자금 조성과 연임 로비 의혹을 받고 있으며 고 전 사장은 연임을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부당한 성과급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성립 사장도 불안한 처지에 내몰렸다. 검찰 수사가 현 경영진인 김열중 부사장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 부사장이 지난해 실적을 결산하는 과정에서 1200억 원의 손실을 축소한 혐의를 포착했다.

김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로 지난해 정 사장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의 과거 부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끈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 부사장에 대한 수사는 정 사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 사장이 검찰수사에서 비껴난다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생존이 불투명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채권단의 지원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라 정 사장은 전 세계 선주들을 만나고 다니며 대금 조기 지급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중 나올 조선업계 통합 컨설팅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 칼날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마련한 자구안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을 수 있다.

◆ 홍성국·김영상, 남의 집에서 먹는 불편한 눈칫밥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는 올해 이름이 바뀌었다. 과거 대우그룹의 흔적은 남기는 했지만 대우라는 이름은 갈수록 뒷자리로 밀리고 있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를 이끄는 수장 역할에는 변함이 없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흔들리는 대우맨, 희미해지는 대우 브랜드  
▲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왼쪽)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홍성국 사장은 대우증권에서만 30년을 근무한 대우증권 사상 첫 공채 출신 사장이다. 이 때문에 2014년 말 취임 당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면서 홍 사장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래에셋금융지주의 오너인 박현주 회장이 직접 미래에셋대우 회장에 올랐고 회사이름을 변경하자마자 부사장과 본부장 등 5명의 임원이 물러났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가 미래에셋증권과 11월 합병이 예정돼 있어 홍 사장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당분간 공동대표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상 사장도 비슷한 처지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포스코대우 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포스코대우의 사장 교체 과정이 원만하지 않았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한 데 대해 전병일 전 사장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조청명 포스코 가치경영실장과 전 전 사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스코는 전 전 사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서둘러 김 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까지 대우인터내셔널이었던 회사 이름은 2월 포스코대우로 변경됐다. 포스코대우는 대우건설의 모태기업답게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을 고수해왔다. 이번에 이름이 바뀌면서 포스코의 친정체제가 강화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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