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철강업계의 양대 산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그렇다면 포스코와 비교했을 때 현대제철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뜨는 특징은 포스코는 ‘고로’ 중심인 것과 달리 현대제철은 ‘전기로’ 중심의 철강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제철이 고로를 쓰지 않는 건 아니다. 2010년에 첫 고로를 가동해 현재 3기의 고로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고로를 가동하기 전까지는 전기로만 가지고 철강을 생산해왔고 현재 포스코가 9개의 고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살피면 현대제철은 비교적 전기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전기로로 생산되는 철강의 품질이 고로와 비교해 비교적 낮다는 것이다. 철광석이 아닌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전기로는 현대제철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최근 광양 제철소에 연간 25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신설하고 2027년까지는 포항철소에 전기로 1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로에서만 연간 4천만 톤에 가까운 고품질 철강을 뽑아내고 있는 포스코가 이제는 ‘전기로를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로에서 만들 수 있는 철강은 고로에서 만들 수 있는 철강보다 품질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왜 전기로를 확대하겠다는 것일까?
바로 철강업계에도 ‘탈탄소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는 화석연료를 태워 작동하기 때문에 철강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높이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하지만 전기로를 활용한다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전기로의 탄소 배출량은 고로의 약 25%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기로가 탄소중립 목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해결책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고품질 철강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문제 역시 그동안 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 해결책은 고로와 전기로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고로에서 녹인 쇳물과 철스크랩을 동시에 사용해서 철강의 품질을 올리는 방법이다. 여기에 직접환원철이라는 원료를 사용하면 철강의 품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다시 현대제철 이야기로 돌아와서, 현대제철은 2010년까지 전기로로만 철강을 생산해왔다. 그 과정에서 전기로를 다루는 노하우가 많이 축적돼있고 현대제철은 그동안 전기로로 만들 수 있는 철강의 품질을 높이는 데 엄청난 노력을 쏟아오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IR자료를 살펴보면 “현대제철은 70년 동안 전기로를 통해 철강을 생간하면서 국내 최대, 최고 전기로 설비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기로 기반 자동차 강판 생산 경험도 국내 철강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저감 철강 시대에 현대제철의 미래는 탄탄대로인 것일까?
안타깝게도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탄소저감 철강 생산은 비용이 굉장히 많이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강산업 전체의 문제이긴 하지만, 현대제철이 전기로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현대제철에게 조금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용 문제는 바로 전기요금이다. 당연히 전기로를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 소모량은 급증하게 되고, 최근 전기요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생각보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전기료는 최종 제품 생산단가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비용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 최대 철강회사 타타스틸은 실제로 탄소저감 철강 생산이 시작되면 철강 가격이 최소 20%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전기요금보다 더 큰 문제는 전기로를 통해 고품질의 철강을 생산하려 할 때 들어가는 재료, 직접환원철이다.
직접환원철은 철 함유량이 높고 구리나 질소 등 여타 불순물 함량이 낮아 전기로에 공급되는 고급 스크랩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급 철원이다. 고품질 철광석에 화학 처리를 가해서 만들어진다.
당연히 고품질 철광석에서 2차 가공까지 한 원료인만큼 가격이 비싸다. 또 앞으로 탄소저감 철강생산이 세계의 트렌드가 되면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린 워싱’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다.
기본적으로 전기로는 당연히 어마어마한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아직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로 생산이 사실상 ‘저탄소 생산’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전기 생산량 가운데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이상호 포스코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한금속재료학회지에 기고한 ‘수소기반환원제철 공정과 전환 기술’이라는 기고문에서 “탄소 기반의 고로 공정에서 철광석은 그동안 저품위 광석도 활용되었으나, 수소 환원 제철공정에서는 전기로 생산 철강재의 품질을 고려하면 직접환원철이 필요해 관련된 원료 수급과 공급 등에 대한 물류 변동 시스템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또한 탄소중립 철강 생산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현재의 7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전력이 그린전력으로 공급되어야만 전 과정 탄소배출이 억제된 제철 공정이 실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수많은 난관에도 전기로 기반 철강 생산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언제까지 탄소 배출을 무시하고 석탄을 태워서 철강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이든 포스코든 궁극적 ‘탄소중립’ 로드맵을 보면 그 과정에는 반드시 전기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소환원 철강체제로 들어가더라도 전기로가 필요한 공정은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기로 기술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현대제철이 상당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제철의 IR자료에 나오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현대제철은 고로-전기로 사업 공존 및 70년 전기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효율적인 저탄소 제품 생산체제 전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전기로-고로의 결합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기반한 신전기로 대형화를 통해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 윤휘종 기자